"인도, 우크라전 이후 러시아산 원유 해상수입 최대고객"

입력 2023-06-23 16:11  

"인도, 우크라전 이후 러시아산 원유 해상수입 최대고객"
서방 대러 제재 틈타 대량수입·정제유 되팔기로 '횡재'
미러 사이 중립 표방하며 "자국이익이 최고" 정책기조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인도와 미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회복에 나선 가운데, 인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를 해상으로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가 됐다고 지적하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 따르면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하루 200만 배럴씩 사들이고 있다.
이는 인도 원유 수입량의 45%에 달하는 규모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 인도와 러시아와의 원유 거래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큰 변화다.
인도는 올해 5월 기준으로 러시아가 해상으로 수출하는 원유의 80% 정도를 중국과 함께 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시장 분석업체 보텍사에 따르면 5월 러시아산 원유의 해상 수입량은 인도가 860만t(6천280만 배럴), 중국이 600만t으로 집계됐다.
NYT는 이 같은 추세를 확인하기 위해 위성사진 업체 '신맥스'와 함께 인도 정유시설을 관찰한 결과 최근 급변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인도 쿠치만은 세계 최대의 석유 정제시설이 있지만 최근까지 러시아산 원유가 들어오는 경우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러시아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점점 늘어 매월 수십 대가 도착하는 모습이 목격된다.
NYT는 "우크라이나전으로 나타난 뚜렷한 현상"이라며 "인도가 러시아 원유의 주요 구매자가 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구매자가 돼 간다는 것은 미국과 러시아의 경쟁을 볼 때 전략적 중립 표방으로 읽히기도 한다.
미국은 유럽연합(EU) 등 안보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침공의 책임을 물어 경제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핵심적 제재 가운데 하나는 러시아의 전쟁비용 축적을 막고 글로벌 원유 수급을 안정시킬 러시아산 원유 상한제이다.

우크라이나전에서 중립을 표방해온 인도는 러시아가 제재 때문에 저가에 팔 수밖에 없는 원유를 대량으로 사들여 이익을 내고 있다.
인도는 러시아 원유를 정제해 에너지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 되팔고 있으며, 고객 중에는 러시아산 석유를 직접 못 사는 EU 국가도 있다.
중국과 인도가 함께 사들이는 원유의 양은 막대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보다 많은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떨어진 까닭에 러시아의 원유 수출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국제유가 하락에는 러시아산 원유값 상한제, 글로벌 경기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이 복잡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관측된다.
NYT는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인도로서는 이 상황을 이용해 이익을 볼 방법을 찾아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인도는 전쟁 때문에 시행된 제재를 통해 이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을 거부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정권은 올해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외친다.
NYT는 최근 인구 면에서 중국을 추월한 인도에서 모디 정권의 최우선 순위는 결국 '자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파트너들의 불만과 상관없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은 작년 12월 의회에 출석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해 "인도 국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거래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정부 기조를 밝혔다.
이같이 결과적으로 러시아를 돕고 있는 인도를 만류해보기 위해서인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방미한 모디 총리에게 첨단 드론을 수출하고 제트기 엔진 기술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군사 지원 패키지를 건넸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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