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수장 벨라루스 망명…남은 용병들 러군 통제받을 듯
우크라, 러 혼란 틈타 남부·동부서 공세 강화…"부분적 성공"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을 일으켰던 바그너 용병단이 하루 만에 총구를 내린 채 존폐 기로에 서게 되면서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25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최전선에 투입돼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바그너 용병들은 지상전에서 기동력을 앞세워 우크라이나 방어군을 공략했으며, 죄수 징집병들을 연이어 전투에 투입했다.
그러나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 군부와 갈등 끝에 24일 무장 반란을 일으켰고,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하던 중 벨라루스의 중재로 반란은 하루 만에 끝났다.
그간 러시아 군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프리고진은 일단 벨라루스로 가는 데 합의했으며, '가혹한 대응'을 예고했던 러시아 정부도 반란에 가담한 용병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반란에 끼지 않은 용병들에겐 국방부와 계약할 기회를 줬다.
이렇게 되면 바그너 용병단은 기존과 같은 형태로는 더는 남아있지 않게 된다는 얘기가 된다.
NYT는 "바그너 용병 중 일부는 러시아군의 통제하에 계속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얼마나 많은 바그너 용병이 국방부의 우산 아래에서 기꺼이 싸울지는 미지수"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바그너가 여전히 전장에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며 "용병 부대의 손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야망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로브 리 선임 연구원은 NYT에 "바그너 그룹과 러시아 정부 사이의 관계는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일(반란)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바그너 그룹이 바흐무트 전투에서와 같은 역할을 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바그너 그룹의 이러한 불확실한 지위는 우크라이나군에 안도감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NYT의 관측이다.
전문가들 역시 우크라이나 전선에 단기적 변화는 없을지 몰라도, 러시아 내 상황 전개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혼란과 사기 저하를 이용해 어느 정도의 성과는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프리고진과 러시아 군부 사이의 불화가 장기적으로 전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는 섣부르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현재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혼란을 틈타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는 모양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24일 오후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로 이동하는 사이 바흐무트 주변에서 공세를 펼쳤다.
우크라이나 동부군 대변인 세르히 츠헤레바티는 하루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주변의 남쪽과 북쪽 측면에서 600m∼1천m까지 진격했다고 자국 통신사들에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령관 올렉산드르 타르나우스키도 우크라이나 국영 통신사에 2014년부터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점령한 도네츠크 지역의 크라스노호리우카 인근 지역을 해방했다고 밝혔다.
미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5일 남부 타브리아 지역에서도 반격에 나서 "부분적 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타브리아군 대변인은 "우리는 방어 입장을 유지하고 전술적 위치 개선 등 필요한 조처를 하고 있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지시된 방향으로 공격에 나서 부분적으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적은 우리의 진격을 막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군사와 무기, 장비에서 막대한 손실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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