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부유층 노리고 관광비자 발급 시작…결과는 예상밖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보수적 이슬람 국가 사우디아라비아가 외국 관광객들에게 국경을 개방한 이후 예상과 달리 개신교도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는 2019년 전 세계 49개국을 대상으로 관광비자를 처음 발급했다. 석유 의존도를 줄여 산업 구조를 다변화하고 대외적 이미지를 탈바꿈하기 위해서였다.
사우디가 애초 기대한 관광객들은 독특한 여행지를 찾는 관광객이나 요트 소유주 등 호화 여행객이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이 비자를 활용해 사우디를 찾은 여행객 집단 중 하나는 사우디 당국의 예상을 깨고 침례교를 비롯한 개신교 신자들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은 '기독교 성지'를 직접 보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하며, 그 수가 꾸준히 늘어 왔다.
이날 NYT가 조명한 침례교 등 개신교 신자 15명도 자동차를 타고 사우디 사막을 가로질러 북서부에 위치한 산 '자발 알 라우즈'를 찾았다.
이 산은 구약성경에서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장소인 시나이산의 실제 배경으로 거론되는 곳이다. 진짜 시나이산의 위치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이집트, 사우디 등지로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 콜로라도에서 온 약사, 아이다호 출신의 회계사, 이스라엘에서 날아온 고고학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신자들은 이날 이곳에서 성경과 관련된 전도사의 설명을 들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에 기독교 인구가 있고 오래전부터 수많은 기독교인 여행객들을 맞아온 것과 달리, 사우디는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사우디 내 여행사 다수가 개신교도만을 대상으로 한 여행 패키지 상품을 제공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 산을 찾은 아이다호 출신 회계사 크리스 깁슨(53)은 "평생 믿어왔던 것을 실체화할 기회"라고 이번 사우디 여행의 의미를 설명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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