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국의 존재감이 줄어든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커지는 가운데, 재집권 후 6개월간 백악관의 초청을 받지 못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다고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익명의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다음 달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등을 만나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한 외교 소식통은 히브리어 일간 지맨 이스라엘에 "이번 방문은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이외에) 다른 외교적 기회를 갖고 있다는 것을 미국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후 6개월 동안 백악관의 초청을 받지 못했다.
중동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우방인 이스라엘 지도자에게 이례적인 일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의 초강경 우파 정부가 '사법 정비'라는 이름으로 사법부 무력화를 시도하자, 지난 3월 직설적 표현을 사용해 이를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 네타냐후를 초청하는 문제에 대해 "단기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최근 중동지역에 대한 관여를 강화했다. 그리고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중국에 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은 지난 3월 오랫동안 갈등해온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주선하면서 중동에 대한 막강한 외교력을 과시했다.
또 시 주석은 최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 건설을 지지했다.
시 주석은 2014년 중단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상 재개 노력을 강조하면서, 미·중의 중요한 경합지인 중동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 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네타냐후가 이번 방중을 계기로 중국에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에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행보를 미국이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20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 아랍권 국가들과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한 이스라엘은 사우디와 관계 개선을 통해 협약을 확장하고자 한다.
미국이 이를 측면에서 지원해왔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가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17년이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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