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시절 클린턴 국무 방중으로 전략대화 견인
블링컨·옐런 방중 결과 주목…양측도 필요성 공감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맡았던 힐러리 클린턴은 2009년 2월 20일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의 정기적 대화를 제안하는 한편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미중 사이에 유지돼왔던 전략대화를 확대하고 싶다는 미국 정부의 뜻을 전했다.
특히 새로운 전략대화에서 경제 문제 뿐 아니라 군사적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뜻도 전했다.
미중은 그해 4월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간 정상회담을 통해 '미중 전략적 경제대화(SED)'를 격상시켜 새로운 '전략경제대화(S&ED)'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합의에 따라 2009년 7월 28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1차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개최됐다. 이 전략경제대화는 미국의 잠재적 도전국으로 부상한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한 외교적 틀로 평가됐고, 오바마 전 대통령 임기 내내 유지됐다.
최근 패권경쟁에 돌입한 미국과 중국 사이에도 과거와 유사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에 이어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내달 초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한 것이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지난 18일 친강 외교부장과 회담한 데 이어 19일에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블링컨 장관이 중국에 머무는 동안 미중 양측이 양국 관계 안정화 필요성에 동의하고, 고위급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소개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베이징에서 시 주석이 미국의 국무장관을 만난 것은 2018년 6월 마이크 폼페이오 전 장관 이후 5년 만의 일이었다.
시 주석도 "중미 양국이 올바르게 공존할 수 있느냐에 인류의 미래와 운명이 걸려 있다. 넓은 지구는 중국과 미국이 각자 발전하고 함께 번영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옐런 장관이 내달 초 베이징을 방문한다는 외신 보도는 더욱 시의성이 있어 보인다.
옐련 장관은 미국 정부 내에서 그 누구보다도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조하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20일 존스홉킨스대학에서 한 연설에서도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재앙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국제 외교가는 블링컨 국무장관에 이어 옐런 재무장관의 방문을 통해 미국이 과거 그러했던 것처럼 미중 관계를 새롭게 관리할 틀을 마련하느냐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미국의 적극적 의지에 비해 중국은 여전히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의가 주목된다.
그 사이에 친강 중국 외교부장의 방미 등 양국간 고위급 교류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에상된다.
대만 문제와 군사적 이슈 등 민감한 현안을 앞에 두고 있는 미중 양국이 과거와 같은 공식적인 협의 채널을 구축할 지 여부는 향후 미중 패권 경쟁의 방향과도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외교가의 관심은 더욱 쏠리고 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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