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구팀 "태반 포유류, 7천만년 전 등장…공룡 멸종 후 진화 빨라져"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인간, 개, 박쥐 등 다양한 포유류가 속한 '태반 포유류'(placental mammals)가 백악기 후기에 출현해 공룡과 공존하다가 소행성 충돌로 인한 대멸종을 이겨내고 살아남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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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리스톨대 에밀리 칼라일 교수팀은 28일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6천600만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백악기-고(古) 제3기(K-Pg) 대멸종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태반 포유류 화석 데이터를 수집, 통계적으로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소행성 충돌로 발생한 K-Pg 대멸종으로 조류가 아닌 모든 공룡을 포함해 지구상 생물 종의 75%가량이 멸종했다. 당시 쥐 정도 크기였던 포유류는 이 재앙에서 살아남은 후 빠르고 다양하게 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인간, 개, 박쥐 등의 조상인 태반 포유류가 대멸종 이전에 등장해 공룡과 함께 존재했는지, 아니면 공룡 멸종 후에야 등장했는지는 오랜 논쟁거리였다.
그동안 태반 포유류 화석은 모두 소행성 충돌 시기인 6천600만년 이후 암석에서만 발견돼 태반 포유류가 K-Pg 대멸종 이후 등장했다는 가설이 힘을 얻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6천600만년 전 이후 지층에서 발견된 태반 포유류 화석 수천 개의 데이터를 통계 모델로 분석, 특정 태반 포유류 계통이 화석 기록에 처음 나타난 시기와 그 계통 내 종들이 진화한 패턴을 기반으로 그 태반 포유류 계통이 처음 등장한 연대를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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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태반 포유류 계통 동물들이 처음 등장한 때는 K-Pg 대멸종 수백만년 전 공룡이 번성하던 시기로 중생대 백악기에 해당하는 7천만년 전 전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대멸종으로 공룡이 사라진 이후 태반 포유류의 진화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종들이 등장했다는 사실도 재확인됐다. 이는 태반 포유류가 대멸종 전 적어도 수백만 년간 공룡과 공존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칼라일 교수는 "토끼 목(目)과 개·고양이 같은 육식 목은 물론 인류를 포함한 영장류 같은 태반 포유류가 K-Pg 대멸종 직전 등장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는 이들이 공룡과 뒤섞여 살다가 소행성 충돌에서 살아남은 후 공룡 없는 지구에서 빠르고 다양하게 진화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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