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곳 재정수입 16조원 '뻥튀기'…49곳 부당하게 음성부채 7조5천억원 늘려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 지방정부들이 회계장부 조작 등을 통해 재정 수입을 부풀리고 음성 부채를 부당하게 늘렸다가 중앙정부의 회계 감사에서 적발됐다.
중국 회계감사 기구인 심계서는 지난 26일 발표한 '2022 중앙 예산집행 및 기타 재정수지 회계 감사 업무 보고'를 통해 지방정부들이 장부를 조작, 재정수입을 부풀리고 음성부채를 부당하게 늘리는 관행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심계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정부 70곳이 재정 수입을 실제보다 861억3천만 위안(약 16조원) 부풀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지방정부는 주로 국유 토지를 산하 기관 간 자전거래 하는 방법으로 실제보다 재정수입이 훨씬 많은 것처럼 포장했다.
적발된 지방정부 가운데 68%가 관리·감독이 느슨한 현(縣)급의 소도시였다.
또 49개 지방정부는 부당하게 음성 부채를 415억1천600만 위안(약 7조5천억원)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지방정부는 건설 사업에 나서면서 산하의 '지방정부 자금조달 기관'(LGFV)으로 불리는 특수법인으로 하여금 회사채를 발행,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등으로 음성 부채를 늘렸다.
LGFV의 부채는 통계상 중앙정부 부채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지방정부들은 부채 규모를 실제보다 축소하기 위해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
또 20개 이상의 지방정부는 재정수지가 균형을 이루는 것처럼 속여 특별채권 198억2천100만 위안(약 3조6천억원)을 부당하게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용처가 명확하지 않게 지출되는 지방정부의 가지급금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54개 지방정부의 가지급금은 1천481억3천900만 위안(약 26조7천억원)으로 전년보다 6% 증가했다.
중앙정부는 통계 조작 행위를 엄격히 통제·단속하고 있으나, 지방정부 수장들은 치적을 쌓기 위해 재정 수입을 부풀리고 음성 부채를 통해 실제 부채 규모를 은폐하거나 축소해왔다.
지방정부들은 지난 3년간 반복된 코로나19 확산과 방역 통제로 경제가 침체해 세수가 주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주요 재원 확보 수단인 국유토지 매각마저 급감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 4월 말 현재 지방정부의 채무 잔액이 37조 위안(약 6천673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숨겨진 부채 규모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들의 실제 재정적자와 부채 규모가 장부상의 금액보다 훨씬 커 겉으로 드러난 것에 비해 더 위험한 지경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중국 당국은 최근 지방정부들의 실질적인 재정 상황 파악을 위해 전면적인 음성 부채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22일 보도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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