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인터뷰에서 '중립' 고민 강조…"타협점 강구해왔다"
'사법부 무력화' 논란에는 "중간 지점 모색" 입법안 수정 의사
美 정상회담 관련 "시간 걸리겠지만 바이든 대통령 만나길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동참해야 한다는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립' 위치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사법부 무력화' 논란을 낳은 이른바 사법 정비 입법안에 대해서는 여론을 수렴한 수정안 제시 가능성을 시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은 서방 그 어느 나라도 갖고 있지 않을 우려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공동 개발한 이스라엘의 저고도 방공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야 한다는 요청에 대해서도 "만일 이 시스템이 이란의 손에 넘어간다면 수백만의 이스라엘 국민이 무방비로 방치되고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대해 WSJ은 "미 의원들과 우크라이나 관리들의 요청을 거절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유엔 결의안에 동참했으며,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공격을 탐지하는 경보시스템을 전달하는 등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타협점을 강구해왔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러시아가 이란과 군사적으로 밀착하는 것과 관련한 우려를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WSJ은 러시아가 이란제 드론을 공급받는 대가로 사이버 역량 부문을 지원했고, 향후 전투기·헬리콥터 및 미사일 생산 능력도 지원해달라는 요청도 검토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부연했다.
'화약고' 중동 한가운데 위치한 이스라엘은 그간 러시아와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피하고 시리아에서의 안보 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고려 속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립적 자세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반대 여론에 막혀 보류 중이던 사법정비 입법에 있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내용의 상당 부분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법원의 결정 사항을 크네세트(의회) 의결로 뒤집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제외한 수정안으로 입법을 재추진할 것이라면서 "그건 뺐다"(It's out)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의 총리로서는 이례적으로 재집권 후 6개월간 미국 백악관의 초청을 받지 못한 것과 관련, 양국 관계는 여전히 굳건하다며 "시간이 좀 걸릴 수는 있겠지만,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초청 문제는 사람들의 눈을 흐리게 만든다"며 "사실은 사이버 부문을 포함한 안보 협력, 군사 협력, 정보 협력은 두 정부 간에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분쟁이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확고히 유지시키는 것이 나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정착민들이 이스라엘인들을 향해 보복 공격을 가한 것과 관련, 네타냐후 총리는 "용납할 수 없는 민족주의적 테러 범죄"라고 비판했다.
한편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이스라엘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비밀 브리핑에서 "중동에 대한 중국의 개입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며 "미국이 이곳에 머물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에서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발언은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는 등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나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 12월 사우디를 방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한 이후 중국과 사우디는 갈수록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악시오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중국의 공식 초청을 받은 것과 관련, 방중 시점은 10월 이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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