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서 이틀간 정상회의…나토 사무총장 참석해 '우크라전 영향' 점검
2주전 그리스 난민선 참사에 이민 문제도 중심에…'난민 의무 수용' 반대 지속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 정상들이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집결해 최근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반란 사태 충격파를 집중 논의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 정상회의 첫날인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주말 우리가 목격한 (바그너 그룹의) 반란을 배경으로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논의할 것"이라며 "군사적이든 재정적 지원이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더 강력하게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무장반란 사태가 "(러시아) 푸틴 체제에 깊은 균열이 있음을 보여줬다"며 "지난 주말의 반란 사태로 인한 여진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바그너의 쇠퇴(erosion)가 우크라이나는 물론 아프리카에서도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왜냐하면 푸틴은 아프리카에서 바그너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러시아가 아프리카 각지에서 치안 유지 명목으로 바그너 용병들을 활용한 만큼,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러 당국의 '결별'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EU 등 서방은 바그너 그룹의 반란 사태가 '러시아 내부 문제'라고 공식적으로는 선을 그었지만, 유럽의 경우 러시아와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후속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상회의에 참석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푸틴이 약해질수록 위험은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일부 러시아 장성들이 바그너 반란 시도와 관련해 체포된 것을 언급하며 "아직도 어떤 일이 일어났고, 누가 군사적 반란 시도의 배후에 있었는지 불분명하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위가 치명타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핵보유국인 러시아의 내부 혼란은 물론 바그너 용병 일부가 프리고진을 따라 벨라루스에 주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치명타를 입은 자신의 권위를 바로잡으려는 데 집중할 것으로 EU는 전망하고 있다.
보렐 고위대표도 EU내 모든 정보기관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분석 중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회의 첫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참석한 EU-나토 실무오찬에서도 이번 사태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영향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그리스 연안에서 난민선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 2주 만에 열리면서 난민·이민 문제도 중심에 섰다.
특히 이번 사고로 사망자가 대규모 발생하면서 EU가 사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침몰 선박 생존자들 사이에서 EU 회원국인 그리스 국경수비대가 무리하게 예인하려는 과정에서 난민선이 침몰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EU는 '불법 난민 시도'를 알선하는 세력으로 책임을 돌리면서 단속 강화 조처를 강구 중이다.
유럽행의 출발지로 여겨지는 튀니지와 같은 아프리카 국가에 재정지원을 하고 국경통제 협조를 얻어내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이민자 급증이 각국에서 워낙 민감한 현안이다 보니, 유입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이달 초 잠정 합의가 도출된 EU의 '신(新)이민·난민 협정'을 두고 내부에서 계속 뒷말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새 협정은 회원국 인구 및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따라 난민 신청자를 일정 비율 의무적으로 수용하고, 수용을 거부하는 국가는 난민 1인당 2만 유로(약 2천800만원) 상당의 기금을 납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달 초 EU 27개국 대표 간 가중다수결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헝가리, 폴란드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당시 도출된 잠정합의안을 무력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새 협정이 시행되려면 2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와 유럽의회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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