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쟁연구소 "푸틴에 정확한 전황 알려질까 두려워 검열하려 해"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전 전황에 대한 국방부 공식 발표에 어깃장을 놓는 자국의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 군사블로거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황 보고서에서 이같은 동향을 전했다.
ISW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7월 1일과 2일 연이어 드니프로강이 가로지르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북쪽과 남쪽 지역을 연결하는 안토니우스크 다리 근처로 상륙하려던 우크라이나군의 시도를 성공적으로 격퇴했다고 발표했다.
또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드니프로강 좌안 지역(남쪽 지역)으로 상륙하려던 우크라이나군 부대의 침투 시도도 좌절시켰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현재 드니프로강 우안의 헤르손주 북쪽 지역은 우크라이나군이, 남쪽 지역은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러시아 군사블로거들은 "안토니우스크 다리 근처에서 여전히 전투가 진행 중이며,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진지를 고수하고 있다"며 자국 국방부 발표를 반박했다.
그러자 이번엔 국방부에 가까운 한 저명 군사블로거가 나서 "크렘린궁이나 민간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에 연계된 군사블로거들이 국방부의 공식 발표와 모순되는 게시물을 SNS에 올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 블로거는 일부 군사블로거들이 안토니우스크 다리 주변 상황 및 다른 전황 관련 국방부 발표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면서,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심리전'에 놀아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에 국방부 발표를 반박했던 군사블로거들은 러시아군 총참모부가 군사블로거 커뮤니티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맞섰다.
친국방부 군사블로거와 크렘린·바그너 그룹과 연계된 블로거들이 설전을 벌이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국방부에 비판적인 군사블로거들은 국방부와 총참모부가 지난해 자신들을 형사 입건하려 했다면서, 자신들의 정확한 전황 보도가 러시아군의 전공을 과장하려는 국방 관리들의 시도를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反)국방부 군사블로거 중 일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을 보이는 이 군사블로거들이 러시아군의 군사적 실패를 푸틴 대통령에게 노출시킬 것을 우려해 그들 중 일부를 검열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ISW는 분석했다.
앞서 지난달 말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등 러시아군 지휘부의 무능과 부패를 주장하며 반란을 시도했던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민족주의 성향 군사블로거들과 교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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