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기존 빚 갚는 '돌려막기'…"재정 건전성 악화" 악순환 우려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재정 적자로 빚더미에 오른 중국 지방정부들이 올해 상반기 발행한 신규 채권 가운데 37%가 기존 부채 상환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제일재경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지방정부들이 발행한 채권 4조3천600억위안(약 785조7천억원) 가운데 37.2%인 1조6천200억위안(약 292조원)이 기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한 '차환용'이었다.
도시 및 산업단지, 교통 시설 등 인프라 투자용으로 발행한 신규 채권은 2조7천400억위안(약 493조원)이었다.
차환용 발행 채권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것이다.
차환용 채권이 전체 지방정부들의 발행 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20%, 2022년 23%로 계속 높아졌다.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에도 경제 회복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세수가 늘지 않고, 주요 재원 확보 수단인 국유토지 매각도 지지부진해 재정 수입이 늘지 않자 빚을 내서 기존 빚을 갚는 '돌려막기'에 나선 셈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차환용 채권 발행을 통해 지방정부들이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재정 수지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더 위험한 부채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 재경대 원라이청 교수는 "차환용 채권 발행으로 지방정부들은 만기 도래하는 채권을 상환할 수 있어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직면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 지표들은 경기 둔화 압력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면서 차환용 채권 발행 증가가 지방정부들의 재정 건전성 악화를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거시경제연구부 펑차오빈 부부장도 "차환용 채권 발행은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인프라 투자 용도의 채권 발행을 축소할 수 있어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금융 당국에 따르면 올해 지방정부들이 상환해야 하는 부채 규모는 3조6천500억위안(약 659조원)으로 추산됐다.
지금과 같은 지방정부들의 재정 상황이라면 하반기에도 추가적인 차환용 채권 발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기준 지방정부들이 발행한 채권의 평균 잔여 상환 연한은 8.8년으로, 5년 전인 2018년 4.4년보다 두 배로 늘었다.
상환 기간이 늘어날수록 이자율이 높고 이자 지출도 늘어난다는 점에서 지방정부들이 감당해야 할 채무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올해 상반기 지방정부들의 전체 신규 채권 발행액 4조3천600억위안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17% 감소한 것이다.
이는 작년 상반기 채권 발행이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평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분석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과 엄격한 방역 통제로 경제가 침체하자 지방정부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작년 한 해 발행한 채권 상당 부분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발행했던 데 따른 '착시 효과'라는 설명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재정경제위원회는 최근 "지방정부들의 부채 위험은 전반적으로 통제 가능하고 안전하다"면서도 "일부 지방정부는 부채 위험이 높고, 특히 숨겨진 부채의 원리금 상환 압력이 높아 시장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며 당국의 관리 감독 강화를 주문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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