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을 접목한 요리 개발해 이탈리아 요리 전문기자들에게 소개
김치, 된장, 고추장, 미숫가루 활용한 신메뉴, 각자 식당서 판매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미슐랭 셰프들이 '한식의 세계화'에 힘을 보탰다.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특별한 행사가 4일 오후 8시(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근교 피우미치노에 있는 미슐랭 식당 '일 티노'에서 열렸다.
이탈리아 미슐랭 셰프 4명이 한식을 접목해 만든 신메뉴를 이탈리아 요리 전문 기자 14명에게 선보였다.
'한식 전도사'를 자처한 이들은 한국 케이블채널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하며 국내에 이름을 알렸던 셰프들이다.
이 프로그램은 처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여행 모습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올해 1월에 방영된 이탈리아 셰프편에 출연했던 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한식을 맛보고 분석하는 모습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 정착한 파브리치오 페라리(이하 파브리) 셰프의 초대로 한국을 방문해 한국 문화와 음식을 경험했던 다니엘레 우사이, 니콜라 포싸체카, 피에르조르조 시비에로 셰프는 그들이 맛본 한식을 이탈리아 미식가들에게 전파하는 데 앞장섰다. 일종의 선순환이 이뤄진 셈이다.
이들은 당시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대표 음식·식재료인 김치, 된장, 고추장, 미숫가루를 활용해 신메뉴를 개발했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미슐랭 셰프의 손끝에서 마법과 같은 요리가 탄생했다.
'서울 여행'(김치와 발효 야채를 곁들인 생선 애피타이저 요리), '된장 에 페페 스파게티'(치즈와 후추가 들어간 유명한 로마식 파스타인 '카초에페페'를 응용한 된장과 치즈 파스타), '포항에서의 문어'(고추장으로 양념한 문어 요리), '티라미숫'(미숫가루와 우엉차, 고구마를 활용한 디저트) 등 총 4가지 요리가 순서대로 테이블에 올랐다.
'서울 여행'을 개발한 우사이 셰프는 "2주간 숙성된 참치에 발효 김치를 가미했다"며 "참치의 맛을 해치지 않도록 김치는 가볍게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된장과 파스타라는 범상치 않은 조합을 선보인 파브리 셰프는 기자들에게 메주 발효법이 치즈 발효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소개하며 "된장에 크림과 마늘, 양파를 더했다"고 말했다.
해산물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포싸체카 셰프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문어에 고추장을 양념한 요리를 선보였다.
그는 "한국에 갈 때만 해도 중국이나 일본과 유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유일한 맛과 재료를 경험했다"고 돌아봤다.
시비에로 셰프의 '티라미숫' 디저트를 마지막으로 행사는 마무리됐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 중인 파브리 셰프의 신메뉴 조리법은 관심 있는 현지인 누구나 직접 만들어 볼 있도록 현지 미디어에 공개될 예정이다. 그 외의 메뉴는 6일부터 각 셰프들이 운영하는 미슐랭 식당에 메뉴로 편성된다.
파브리 셰프는 "한국 식재료가 외국인들에게는 낯설 수 있지만, 점진적으로 알린다면 한국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이 성공할 수 있는 경쟁력은 충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사이 셰프는 "음식을 나눠서 먹는 한국의 문화가 이탈리아와 유사해서 한식은 이탈리아인들에게도 잘 맞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이탈리아 요리 전문매체 '라 쿠치나 이탈리아나'의 알레산드라 티볼로 기자는 "두 나라의 특징과 맛을 잘 살려낸 요리였다"고 평가한 뒤 "된장을 활용한 파스타가 특히 맛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이탈리아인들이 현지화된 음식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오리지널한 음식을 더 선호하고 있다"며 "한식도 한국 고유의 맛으로 승부를 본다면 현지에서는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전예진 한국문화원장은 "셰프들이 한국과 이탈리아 각지에서 바쁘게 활동하고 있어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식을 알리는 데 함께해달라는 요청에 흔쾌히 응해줬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이탈리아에서 한식이 현지인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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