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격, 국제 가격의 절반 수준…밀수출 유혹 키워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산업을 키우기 위해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 광석의 수출을 금지하자 중국으로 니켈 광석 밀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6일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부패척결위원회(KPK)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니켈 광물 수출을 금지한 2020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약 530만t, 약 14조5천억 루피아(약 1조2천600억원) 어치의 인도네시아산 니켈 광물이 중국으로 불법 수출됐다며 광물을 빼돌린 일당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KPK는 인도네시아 최대 니켈 생산지인 술라웨시나 북부 말루쿠 제도 광산에서 생산된 니켈 광물들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니켈광업협회 메이디 카트린 렝키 사무총장은 니켈 광물이 다른 광물이나 니켈 가공품으로 허위 신고된 뒤 중국으로 운송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업체가 허위 서류를 작성해 신고해도 세관이 이를 제대로 적발하지 못 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광물 전문가들은 니켈 광물의 국제 가격과 국내 가격이 너무 크게 차이 나 생산 업체들이 밀수출의 유혹에 빠진다고도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3월 니켈 광물의 1t당 국제 가격은 4만8천226달러(약 6천287만원)였지만 국내 가격은 2만3천537달러(약 3천68만원)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니켈 광산업자 입장에서는 광물을 국내보다 해외로 빼돌려 파는 것이 훨씬 이익이다.
인도네시아 경제법률연구센터(CELIOS)의 비마 유디스티라 사무국장은 "이런 밀수출을 막으려면 국내 제련소가 합리적인 국제 가격으로 니켈 광물을 구매하도록 정부가 나서서 가격 차이를 해소해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단순히 수출을 금지하기보다는 수출세와 같은 규제를 통해 국내에서 니켈 광석이 소비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니켈의 최대 매장·생산국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니켈을 단순 광물로 팔기보단 국내에서 제련·정련을 통해 제품 형태로 수출하는 것이 부가가치를 높이고 관련 산업을 키울 수 있다며 2020년부터 니켈 광물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또 지난 6월부터는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 광물도 수출을 차단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주석과 구리, 금 등 다른 광물들도 수출을 막을 계획이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연례 보고서를 통해 원자재 수출을 금지하는 것은 "무역 (규제) 조치와 산업 정책 사용이 늘어나면 다자간 무역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며 수출 제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다른 상품으로 확대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