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이래 최고 속출…기상기구 '예외적 온난화 시기' 경고
주원인은 온실효과…엘니뇨·아열대 고기압 등 복합 영향
내년 기온 더 오를 듯…지구촌 곳곳에 폭염·산불·가뭄 등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기후변화가 이상 고온 현상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가운데 공기를 데우는 엘니뇨 현상까지 도래하면서 폭염 등 이상 기후가 내년 이후까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온실가스 배출과 엘니뇨의 여파로 지구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는 예외적인 온난화 시기에 접어들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구촌이 지난 3일 이후 사흘 연속 역사상 가장 뜨거운 날을 보냈다는 기상 통계가 나온 것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이상 고온 현상은 기상학자들이 앞서 발생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5월 낸 보고서에서 지구촌 최고 온도 기록이 조만간 깨질 수 있다는 예고를 내놨다.
지금까지 관측한 기록으로는 지구가 가장 더웠던 해가 2016년인데, 이 기록이 5년 이내에 깨질 확률이 98%라고 보고서는 예상했다.
엘니뇨가 올해 도래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놓은 관측이었는데, 실제로 엘니뇨가 올여름 발생하면서 이상 고온 현상이 빠르게 찾아온 것으로 풀이된다.
기상학자들은 3년 넘게 지속했던 라니냐 현상이 종료되면서 올해 하반기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커지고 있다고 예고했고, WMO가 지난 4일 엘니뇨 도래를 공식 선언하면서 이런 예고는 현실이 됐다.
라니냐 현상은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것이고 엘니뇨는 그 반대 현상이다. 라니냐는 지구 기온 상승을 일정 부분 억제하는 효과를 내지만 엘니뇨는 온난화를 가속한다.
인간이 발생시킨 온실가스 효과와 엘니뇨 현상이 결합하면서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이상 고온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과학자인 제크 하우스파더는 "우리가 보고 있는 기상 기록 경신 현상의 큰 원인 중 하나는 우리가 비정상적으로 길었던 3년 간의 라니냐에서 벗어나 강한 엘니뇨 시기로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구촌 곳곳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35도가 넘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 남부에서도 지난 몇 주간 무더운 날씨가 지속됐다.
북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경우 기온이 50도를 넘어섰으며 남극 대륙에서마저 이상 고온 현상이 관측된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지구촌이 지난달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을 보냈다고 평가했다.
이상 고온에 따른 폭염은 전 세계적으로 7월에도 이어지면서 기온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밀어 올렸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 산하 국립환경예측센터(NCEP)는 4일 세계평균 기온이 17.18도를 기록해 전날(17.01도) 세운 사상 최고 기록을 불과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고 밝혔다. 미국 메인대학교의 '기후 리애널라이저'가 집계한 비공식 집계로는 5일 세계평균 기온도 17.18도로 역대 최고 온도를 이어갔다.
문제는 엘니뇨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대다수 과학자는 엘니뇨가 올해 12월이나 내년 1월 이후에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이는 내년이 올해보다 더 뜨거운 한 해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NYT 전했다.
한편 온실가스와 엘니뇨 외 다른 요인도 최근 이상 고온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아조레스 고기압이다.
포르투갈 인근 아조레스 군도 주변 지중해 상공에 자리 잡은 아열대성 고기압을 가리키는데, 엘니뇨 발생 이전인 올해 3월부터 유럽 지역에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한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 고기압이 대서양에 부는 바람을 약화하고 해수 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을 주는 사하라 사막의 모래 먼지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선박 환경규제 강화로 선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황이 줄어든 게 해수 온도를 높이는 데 조금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NYT는 소개했다. 이 오염물질이 햇빛을 차단해 해수 온도를 낮추는 데 다소 도움을 줬다는 것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논란이 진행 중이다.
이상 고온 현상이 다른 자연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현재 캐나다는 통제 불능의 산불 피해를 겪고 있으며, 지구촌 곳곳에선 최악의 가뭄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기온 상승 탓에 올해 미국에선 평년보다 많은 허리케인을 겪을 수 있다는 예보도 나왔다.
기상과학자 가브리엘 베치는 "현재 여러 온난화 요인이 비정상적으로 결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지난 150년간 온실가스를 늘려왔고 이는 우리를 기록 바깥 영역으로 밀어 넣을 가능성을 훨씬 더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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