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빅테크 '조단위' 벌금의 역설…불확실성 털고 도약하나

입력 2023-07-07 23:47   수정 2023-07-08 01:20

中 빅테크 '조단위' 벌금의 역설…불확실성 털고 도약하나
앤트그룹 당국 조사 일단락…플랫폼기업 장려기조 가동될 가능성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의 대표적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인 알리바바의 핀테크(FIN-Tech·금융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 업체가 7일 한화로 '조' 단위의 거액 벌금을 맞았지만 중국 재계는 당국의 가시적 '철퇴'보다는 '조사 종결'이라는 함의에 주목하고 있다.
인민은행, 은보감회 등 금융관리부서는 인민은행법, 자금세탁방지법, 은행업감독관리법 등을 적용해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과 산하기업에 벌금 71억2천300만 위안(약 1조2천800억 원)을 부과했다.
중국은 '위드 코로나' 원년인 올해 경제 회생의 한 축으로 민영기업 활성화를 촉진하고, 그중에서도 플랫폼 기업들의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특별히 밝혀왔다.
고액 벌금은 그런 기조와 엇박자를 내는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최근 2년여 이뤄진 빅테크에 대한 중국 당국의 고강도 견제와 압박이 거액 벌금과 함께 마침표를 찍는, '불확실성 제거'의 의미가 더 크다는 분석이 만만치 않다.
이번 벌금 부과와 관련한 중국 금융 관리 당국의 발표도 그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당국은 "엔트그룹과 텐센트그룹 등 대형플랫폼 기업에 존재하는 금융 관련 법규 위반을 수정하도록 지도했다"며 "현재 플랫폼 기업의 금융 업무 관련 문제는 대부분 시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하에서 2020∼2021년 무렵 '빅테크 때리기'와 '국진민퇴'(국유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민영기업은 힘을 빼는 것)는 거의 유행어 수준이 됐는데, 그 중심에 알리바바와 마윈이 있었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앤트그룹 상장을 앞둔 2020년 10월 공개 행사에서 작심하고 금융 당국의 규제를 비판한 것이 결정적 도화선이 됐지만 그 전부터 규제의 공백 영역에서 부와 영향력을 키워온 핀테크 기업 등 빅테크에 당국이 칼날을 갈고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마윈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킨 뒤 앤트그룹 상장은 전격 중단됐고, 앤트그룹에 대한 금융 당국의 대대적 조사가 시작됐다.
이 같은 당국의 빅테크 때리기의 기조에 의미 있는 변화가 예고된 것은 작년 12월, 중국의 2023년 경제 운용 방향을 결정하는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였다. 작년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의 여파 속에, 연간 성장률 3.0%로 주저앉은 중국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민영 기업 살리기와 디지털 경제 및 플랫폼 기업 장려 기조가 천명된 것이다.
그 후 중국 당국이 원하는 바인 알리바바 내부의 '마윈 색채' 희석과 1인 체제 탈피 작업이 이뤄졌다.
지난 1월 앤트그룹은 '회사 거버넌스 지속 개선에 관한 공고'를 통해 당국의 눈 밖에 난 마윈의 지배권 상실을 골자로 하는 지분 구조 조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3월에는 앤트그룹의 모기업인 알리바바를 6개 독립 운영회사로 재편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이들 조치는 마윈과 같은, 한 사람에게 집중된 빅테크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중국 당국의 불만을 해소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이번에 앤트그룹에 부과된 벌금은 빅테크 때리기의 일단락을 의미하는 동시에 작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예고된 민영경제 활성화 차원의 플랫폼 기업 장려 정책이 본격 가동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앤트그룹으로서도 거액의 벌금을 맞았지만 자신들에 대한 당국의 단속이 일단락된 만큼 애초 희망했던 기업 공개에 다시 나서게 되리라는 예상이 나온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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