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콘신 주지사, 감세법안 맞서 법안 서명 때 단어대체권한 행사
공화당 "기이한 방식으로 납세자 부담 가중" 반발…학교는 '반색'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위스콘신 주지사가 공화당의 감세안에 반발해 향후 400여년간 학생 1인당 교육지원금을 매년 325달러(약 41만 원)씩 인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처리해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7일(현지시간) AP 통신을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전날 공화당 주도의 의회가 승인한 감세법안에 대해 주지사의 '일부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안 내용에서 일부 숫자를 직접 수정해 앞으로 402년간 학교 지원기금을 계속 늘려가도록 법안 내용을 바꾼 뒤 서명해 입법절차를 마무리했다.AP 통신에 따르면 위스콘신주는 주지사가 의회를 통과한 입법안에 서명할 때 주지사로 하여금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나 문자로 대체하도록 고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에버스 주지사는 애초 2024-2025 학사연도까지 2년간 공립학교 학생(유치원과정~고등학교 졸업반) 1인당 교육지원금을 325달러씩 인상하도록 되어 있는 법안을 2425년까지로 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그는 '2024-2025년'이라고 표기된 법안 내용에서 앞자리 수 '20'과 '하이픈'을 지움으로써 '2425년'으로 바꾸었고, 그 결과 2년간의 교육지원금 지급 계획은 향후 402년간의 교육지원 계획이 된 것이다.
CBS방송은 "미국이 건국된 지 247년 됐다"고 강조하며, 주지사의 '기막힌' 권한 행사로 졸지에 미국의 건국 역사보다 긴 장기적(402년) 교육대계가 탄생한 것에 주목했다.
에버스 주지사는 아울러 공화당 측이 설정한 35억 달러(약 4조5천억 원) 소득세 감면 규모를 1억7천500만 달러(약 2천270억 원)로 하향 조정하고 최상위 2개 소득계층에 대한 세율 인하 계획을 백지화했다.
공화당 측은 "에버스 주지사가 전례없이 기이한 방식으로 납세자 부담을 가중시키려 한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에버스 주지사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교육지원금을 높여야 한다"며 "미래 입법자들과 주지사가 이를 되돌리지만 않는다면 각 학교는 예측할 수 있는 장기적인 지출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현재 인플레이션 비율을 맞추려면 학생당 75달러가 더 필요하지만 학생당 325달러는 적지 않은 돈"이라며 "매우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반색했다.
AP 통신은 "위스콘신 주지사들과 민주·공화 양당 정치인들은 예산안을 놓고 당파적으로 편향된 거부권을 행사해왔다"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의 에버스 주지사는 교사·교장을 거쳐 위스콘신주 교육감(2009~2019)을 지내고 2018년 주지사 선거에 나서 당선됐으며 2022 재선에 성공했다.
위스콘신 학교이사회연합(WASB) 사무총장 댄 로스밀러는 에버스 주지사가 학교 지원금을 늘리기 위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며 "1기 행정부 때도 학생 1인당 교육지원금을 세수나 예산 한도와 상관 없이 늘릴 수 있도록 한 바 있다"고 전했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