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 업계의 최대시장·생존열쇠가 중국"
전문가 "한번에 다 못빼"…결국 디커플링 뜸들이기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중국을 세계 시장에서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반도체 업계는 여전히 중국 시장을 생존 열쇠로 보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미국이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 이유는? 반도체'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미중갈등 한복판에 놓인 반도체 업계의 현주소를 소개했다.
그간 미국 당국은 대중국 수출로 국가 안보가 저해된다며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미국 내 공장 설립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도입해왔다.
하지만 미국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란 거대한 시장 앞에서 미·중 기업 간의 관계는 여전히 굳건한 상황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중국의 제재를 당하고도 지난달 중국 반도체 패키징 공장에 6억달러(약 7천800억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중국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이번 투자는 중국 사업과 조직에 대한 마이크론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이 이 같은 시장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스마트폰과 자동차, PC 등 반도체 수요가 큰 각종 전자제품의 핵심 생산기지이기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매출의 3분의 1을 중국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 반도체 기업은 매출의 60~70%가 중국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조차도 중국에서 최종 조립이나 테스트 과정을 거치고 있다.
조지타운대 기술 정책 연구조직인 안보·신기술센터(CSET) 소속 연구원 에밀리 S. 와인스타인은 "스위치를 올리듯 느닷없이 중국에서 모든 것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러한 상황들이 현재의 미·중 경제 관계가 양측 모두에 얼마나 큰 도전이 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의 방중 기간에도 양측의 이러한 긴장 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NYT는 설명했다.
옐런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중국의 관행을 비난하는 동시에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끊을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를 주며 줄타기 외교를 펼쳐야 했다.
미국 반도체협회(SIA) 회장 존 노이퍼는 미국과 중국의 지속적인 통제 확대가 미국 반도체 산업 글로벌 경쟁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은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위해, 그리고 글로벌 경쟁자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그곳(중국)에서 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미국 정부의 디커플링 움직임은 근본적인 정책기조로 계속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올해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중국에서의 시설 확장 자제를 조건으로 내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보호를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중국 업체의 접근 제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통신 업체 화웨이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던 일부 미국 반도체 제조사에 대해 수출 허가를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중국은 이에 맞서 반도체용 희귀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첨단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다툼은 일부 속도조절 속에서도 근본적으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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