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사태 겪은 푸틴의 진짜 위기는 정보기관의 실패"

입력 2023-07-10 11:52  

"반란사태 겪은 푸틴의 진짜 위기는 정보기관의 실패"
KGB 후신 FSB, 예방·진압 못해…軍총정찰국 장성도 프리고진 동조
美포린어페어스 분석 "내부 장성들 비판 계속 커질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면하게 된 더 큰 위협은 반란에 대한 정보기관의 반응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권의 안정을 지켜줄 것이라 믿어왔던 거대 조직들이 무장 반란 사태를 사전에 막거나 진압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지난 6일(현지시간) 바그너 용병단 반란이 실패로 돌아간 뒤 푸틴 대통령이 봉착한 위기를 분석하는 기사에서 "무장 반란 사태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바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 기구 중 하나인 FSB는 러시아 국내 정보활동부터 테러 대응과 국경 보안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푸틴 대통령은 1998∼1999년 FSB 국장을 역임했으며,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는 데 이런 배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FSB는 바그너 그룹 내부에 정보원을 두고 있었음에도 무장 반란 발생 전에 이를 막지 못했고, 또한 프리고진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지를 크렘린궁에 미리 경고하는 데도 실패했다고 포린어페어스는 꼬집었다.
바그너 부대가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러시아군 남부군관구 사령부를 점령했을 때조차 해당 지역 FSB 요원들은 지역본부 건물에 들어가 방어 태세만 유지하고 있었을 뿐이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제 바그너가 모스크바로 진군하며 헬기를 격추하는 동안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국장 등 FSB 최고위 간부들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편 러시아군 정보기관 총정찰국(GRU)이 무장봉기에 보인 반응도 마찬가지로 놀라웠다고 포린어페어스는 소개했다.
앞서 바그너 그룹은 로스토프나도누 사령부를 장악했을 때 프리고진이 유누스벡 예프쿠로프 국방부 차관과 러시아군 정보기관 총정찰국(GRU)의 부국장인 블라디미르 알렉세예프 중장 사이에 앉아 대화 나누는 모습도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프리고진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의 신병을 원한다고 말하자 알렉세예프 중장이 웃으며 "당신은 그들을 가질 수 있다"라고 말한 장면이 담겼다고 포린어페어스는 전했다.
이 영상을 지켜본 러시아 특수부대 관계자도 포린어페어스에 "알렉세예프 말이 맞다"라고 동조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포린어페어스는 이 발언이 무장 반란 사태가 얼마나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알렉세예프 중장은 러시아군 수뇌부 리더십에 대한 공식적인 침묵을 깼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반란을 성공적으로 끝냈을지는 몰라도 군 수뇌부 장성들로부터 나온 비판 목소리는 계속 남아 더욱 커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정보기구가 국가 위기 순간에 기능을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소련 시절인 1991년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개혁에 반발한 공산당 강경 보수파가 쿠데타를 시도했을 때도 KGB 관료들은 본부 건물에 들어가 방어 태세를 유지하며 사태 진행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고 포린어페어스는 소개했다.
2004년 러시아 남부에서 일어난 베슬란 학교 인질극 사건에도 FSB 수뇌부는 책임을 방기한 채 대테러 작전 능력이 부족한 지역 FSB에 대응을 맡기기도 했다. 체첸 반군이 벌인 이 사태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어린아이를 포함해 모두 330여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진 바 있다.
포린어페어스는 "푸틴 대통령의 KGB 출신 배경이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권력에 오른 지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과거 그 자신이 KGB 장교로서 정권을 보호하는 데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오늘날 FSB 장성들이 벌인 일들을 애써 무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푸틴 대통령이 위기를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군 내부에서 비판에 입을 열고 심지어 리더십에 도전하는 새로운 현실 앞에서 안보 기관들이 그를 구해주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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