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시, 민간인 대상 프로그램 실시…많은 참가자가 여성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러시아의 침공으로 약 17개월간 전쟁을 치른 우크라이나에서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에게도 일상은 사투가 됐다.
AP통신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시 당국이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생존술 훈련에 시민들이 대거 몰렸다고 보도했다.
키이우시가 인터넷홈페이지에서 훈련 참가자 모집을 시작한 지 불과 며칠 만에 2천여명이 신청했다.
이들 중 약 70%는 여성으로 파악됐는데 많은 남성이 전선에 투입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키이우는 전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전쟁을 둘러싼 공포가 시민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키이우시 보안 담당 부국장인 미하일로 셰르비나 씨는 생존술 훈련에 대해 "주요 목표는 사람들이 생존하고 실존하는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존술 훈련은 사격, 응급처치, 지뢰 식별법 등의 프로그램으로 짜였다.
키이우시 주거 지역의 한 작은 건물에서는 훈련 참가자들이 복제 기관총과 컴퓨터를 이용한 화면을 이용해 사격 훈련을 했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한 번도 총을 잡아본 적이 없는 여성이다.
이들은 사격 강사에게 총을 잡는 자세를 열성적으로 질문하고 시범을 더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여성 참가자 중 한명인 라다 본다렌코 씨는 "나는 나이가 45세보다 많다"며 "기회가 생겼을 때 새로운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생존술 프로그램 중 지뢰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강의가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키이우가 지뢰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크라이나전 초기 러시아군이 키이우 교외를 잠깐 점령했을 때 곳곳에 지뢰를 매설했기 때문이다.
소수인 남성 참가자 중 한명인 비탈리 수민(38) 씨는 어린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훈련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에게 팔과 다리를 찢고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지뢰가 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두 살배기 아이와 집에 있는 아내에게 온라인으로 훈련을 전송했다며 다음에는 가족과 함께 훈련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의 집은 키이우의 북서쪽 외곽 이르핀과 가까운 지역에 있는데, 이르핀에는 러시아군이 설치한 지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술 강사 예벤 나오모프 씨는 "사람들이 이 훈련에 참여함으로써 전쟁이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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