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9일 베이징서 만난 뒤 아세안 회의 계기 자카르타서 회동
남중국해 문제 당사자인 동남아 국가들 '내편 만들기' 치열할듯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무대로 치열한 세 대결에 나선다.
양국의 외교라인 1인자인 두 사람은 13일(현지시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등 아세안 관련 회의가 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미국 국무부가 12일(현지시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의 지난달 방중을 계기로 6월 19일 베이징에서 만났던 두 사람은 불과 24일 만에 재회하게 됐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의 건강 이상으로 인해 왕 위원이 '대타'로 아세안 회의에 참석하게 되면서 블링컨 장관과 왕이 위원이 다시 마주 앉게 됐다.
블링컨과 왕이는 최근 고위급 소통을 이어가며 '안정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미·중 관계를 점검하고, 북한 핵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또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와 첨단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 통제, 중국의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 제재와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등 상대를 겨냥해 채택한 것으로 보이는 조치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채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두 장관은 미중 전략경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현안을 안고 있는 동남아 각국 외교장관들을 상대로 치열한 외교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필리핀이 미국과 공동 해상순찰을 하기로 하고, 자국 내 군기지 4곳의 사용권을 추가로 미국에 제공하기로 하는 등 미국·필리핀의 군사 협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동남아 다른 나라들과 합동 훈련 등 군사 교류에 힘을 쏟아왔다.
중국은 3월 캄보디아와 연합 군사훈련 '금룡-2023'을 실시했고, 4월 말∼5월 초 싱가포르와 '중국-싱가포르 협력 2023' 해상 연합 군사훈련을 했다. 이어 5월 중하순 라오스와 '우정의 방패'라는 명칭의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블링컨 장관은 필리핀을 필두로 한 동남아 각국 외교장관들과의 협의를 계기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세 확장을 견제할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맞서 왕 위원은 남중국해 갈등은 당사자인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풀어야 할 문제로, 미국과 같은 외세의 개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동남아 각국을 상대로 전개할 전망이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려 하는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지 글로벌타임스는 13일 자 사설에서 "남중국해와 관련해 분쟁이 있는 것은 현실"이라면서 "그러나 직접 당사자인 중국과 각국은 함께 이 분쟁을 통제해왔다"고 주장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