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 미·이스라엘 관계 냉랭…"바이든, 극좌세력 영향받아" 주장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확장, 사법부 무력화 입법 등 논란의 정책을 둘러싸고 이스라엘의 초강경 우파 정부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2일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연정을 '역대 가장 극단적인 정부'로 규정한 뒤 이스라엘 강경파 정치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헌법 법률 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심차 로트먼 의원은 같은 날 공영방송 칸(KAN)과 인터뷰에서 "독립 국가가 아닌 '바나나 리퍼블릭'(해외 원조에 의존하는 가난한 나라)이라서, 미국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장관을 해임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새로운 정책이라면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연정이 추진 중인 '사법 정비' 입법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원칙과 가치를 훼손한다고 비판해온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한 발언이다.
최근 연정 측이 재추진하는 입법의 핵심은 장관 임명을 비롯한 행정부의 결정을 대법원이 합리적인지 따져 뒤집을 권한을 박탈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탈세 전력으로 입각이 취소된 네타냐후의 연정 파트너의 재입각 등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스라엘 야권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논란의 사법 정비 입법과 관련해 뉴욕타임스(NYT)가 "(이스라엘이) 궤도를 이탈하기 전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칼럼을 게재한 후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극좌 세력의 영향을 받았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극우정당인 오츠마 예후디트 소속의 아미차이 벤 엘리야후 문화유산 장관은 현지 매체 와이넷(Ynet)과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미국 내 급진적 좌파의 영향을 받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스스로를 관리하는 방법을 안다. 미국과 관계가 가치 있지만, 우리의 가치도 있다. 대통령(바이든)이 이곳에서 진행되는 절차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 소속의 아마하이 시클리 디아스포라(해외동포) 장관은 한발짝 더 나아가 미국이 사법정비 반대 시위를 부채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초정통파 유대교계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가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그들의 관계는 깊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성향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트위터에 "도대체 나의 어떤 면이 극단적이란 말인가"고 반문한 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더는 성조기에 그려진 하나의 별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엔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 역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적이 있다.
그는 지난 3월 트위터에 "이스라엘은 가장 좋은 친구를 포함한 외국의 압박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주권 국가"라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재집권 7개월째에 접어든 네타냐후 총리를 아직 백악관에 초대하지 않았다. 중동내 가장 끈끈한 우방인 이스라엘 총리를 이렇게 장기간 초청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 대신 상징적인 국가원수인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을 오는 18일 백악관으로 초청한 상태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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