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주차공간 '협소'
분양가에 주차공간 반영 가능…"주차난 해소" vs "분양가 부담"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경기도 화성시의 한 주공아파트에 사는 김모(35) 씨는 매일 밤 '주차 전쟁'을 치른다.
늦은 시간 집에 돌아오면 이미 지하 주차장은 물론 지상까지 차가 빽빽하게 주차돼 차 세울 공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씨는 "야근을 마치고 오면 주차 공간이 부족해 늘 애를 먹고 있다"며 "세울 곳을 찾아 주차장을 몇 바퀴씩 돌다가 단지 주변 도로에 주차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 내 주차난이 고질적인 문제가 된 가운데 분양 형태에 따라 세대당 주차대수에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부동산R114가 K-apt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관리비 공개 의무 단지 기본정보에 등록된 단지를 분석한 결과, 임대아파트의 세대당 주차대수는 전국 평균 0.79대에 그쳤다. 1세대가 1대의 차도 주차하기 버겁다는 뜻이다.
분양아파트의 세대당 주차대수는 임대아파트보다 1.4배가량 많은 1.10대로 집계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주차 공간을 확보하려면 비용 부담이 커지는데, 임대아파트는 저렴하게 공급해야 하므로 주차대수 최소 기준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준공 후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주차 공간은 부족했다.
임대의 경우 준공 후 30년 초과 아파트는 세대당 주차대수가 0.28대에 불과했다. 준공 후 21∼30년 된 아파트는 0.41대, 11∼20년 이하 0.89대, 6∼10년 이하 0.96대, 5년 이하 0.95대로, 비교적 최근 지어진 아파트일수록 더 많은 주차 공간이 확보한 상태다.
분양아파트도 30년 초과는 0.68대로 가장 적었고, 21∼30년 이하 0.99대, 11∼20년 이하 1.30대, 6∼10년 이하 1.23대, 5년 이하 1.28대였다.
지역별로 보면 아파트 세대당 주차대수는 신축 아파트 비중이 큰 세종시가 1.29대로 가장 많았다.
경기도(1.16대), 대구(1.12대), 인천(1.07대)은 전국 평균(1.06대)을 웃돌았다. 서울은 0.98대에 그쳤다.
주택 유형별로는 주상복합이 1.43대로 주차 공간이 가장 넉넉했다. 연립주택 1.11대, 도시형 생활주택(연립주택) 1.07대, 아파트 1.05대, 도시형 생활주택(아파트) 0.90대 등이었다.
이달부터 법정 주차대수 이상의 주차 공간을 확보하면 분양가에 이를 가산해 가격을 높일 수 있게 되면서 주차난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 가산 항목에 주차항목을 신설해 주차 공간 추가 설치에 따라 기본형 건축비에 1∼4%의 비용을 가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고시를 이달부터 시행했다.
다만 이에 따라 높아지는 분양가 문제는 한계로 지적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한 비용을 분양가에 넣어 해결하는 방식은 주차난 해소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가뜩이나 공사비 인상 등으로 분양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더 올릴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수요자의 가격 부담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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