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상" 공식 입장에도 3주째 나타나지 않으면서 의문 증폭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20일 이상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17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친 부장은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베트남 외교장관과 러시아 외교차관을 만난 뒤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특히 지난 4일 시진핑 국가 주석이 화상으로 참석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배석하지 않으면서 의구심이 커졌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지난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친 부장의 상황을 묻는 기자의 말에 "당신이 언급한 상황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왕 대변인은 그러나 나흘 뒤인 11일 브리핑에서는 친 부장의 신체(건강) 원인을 거론하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에 친 부장 대신 상급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홍콩 성도일보는 하루 전인 지난 10일 친 외교부장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휴양 중이라며 조만간 업무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왕 대변인은 이후 12일과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친 부장의 상황을 묻는 말에 "이미 관련 상황을 설명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감염됐더라도 2주 정도면 회복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친 부장이 다른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외신과 중화권 매체는 물론 소셜미디어에서는 중병설, 조사설, 불륜설 등 확인되지 않은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중병설은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병에 걸려 별도의 공간에서 치료받고 있다는 설이고, 조사설은 주미 중국대사 재임 시절 문제로 조사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한 방송국 여성 아나운서와 불륜 관계를 이어오다가 최근 드러났다는 설도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전날 외부 기고 형태의 칼럼에서 "당분간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외교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그가)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는 것은 비논리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17일 오후 진행된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친 부장의 상황을 묻는 외신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대변인은 "이 문제에 대해 제공할 정보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일부 기자가 친 부장의 불륜설을 거론하자 대변인은 "당신이 말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고, 친강의 부재가 중국 외교업무에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는 "중국의 외교활동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의 후임으로 외교부장으로 임명된 친 부장은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현직을 유지하면서 국무위원으로 한 단계 승격했다.
56세의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 부장은 때로는 경제 보복까지 동원해가며 강경하게 자국의 국익을 관철하는 중국의 이른바 '늑대전사(전랑) 외교'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