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마피아 검사 보르셀리노 암살 31주년에 판결 내려져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30년간의 도피 행각 끝에 지난 1월 붙잡힌 이탈리아의 마피아 두목 마테오 메시나 데나로(61)가 수십 건의 살인 사건에 연루된 혐의가 인정돼 2심에서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칼타니세타 항소법원이 19일(현지시간) 데나로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다.
2002년 궐석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데나로는 지난 1월 검거된 이후 항소했으나 2심에서도 판결은 같았다.
이날은 마피아 척결에 앞장섰던 파올로 보르셀리노 검사가 마피아의 폭탄 공격으로 암살된 지 정확히 31년이 되는 날이다.
보르셀리노 검사는 막역한 친구이자 동료였던 조반니 팔코네 검사가 마피아에 의해 폭사한 지 57일 만인 1992년 7월 19일 시칠리아섬의 주도인 팔레르모에서 일어난 차량 폭탄테러로 경찰 경호원 5명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사회적 신망이 두터웠던 두 판사의 목숨을 앗아간 연이은 테러는 마피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는 사법당국의 대대적인 조직원 검거 작전으로 이어졌다.
보르셀리노 검사 암살 31주년을 맞아 이날 팔레르모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이날, 두 검사 암살 사건의 주동자로 꼽히는 데나로에게 사법적인 단죄가 이뤄졌다.
마리아 카르멜라 잔나초 판사는 "이탈리아 국민의 이름으로 1심 판결을 확정한다"고 말했다.
데나로는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라퀼라 교도소에 수감된 데나로는 재판정 화상 연결도 거부했다.
데나로는 1992년 마피아 단속을 주도했던 팔코네·보르셀리노 검사 살해 사건과 이듬해 로마, 밀라노, 피렌체에서 10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다친 폭탄 테러 등 살인 사건 수십 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데나로는 아버지가 마피아 보스를 지낸 시칠리아섬 서부 트라파니 출신으로 18세 때에 첫 살인 사건을 저지른 이래 최소 50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스스로 "내가 죽인 시체만 모아도 공동묘지 하나는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93년 마피아의 일원이었다가 경찰에 협조한 주세페 디 마테오의 12세 아들 납치 사건도 데나로가 배후로 지목받고 있다.
마피아 일당은 조직에서 이탈한 뒤 마피아를 겨냥한 정부 수사에 협조한 그의 아버지를 회유·협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어린 아들을 납치했다.
그러나 소년의 아버지가 아들이 인질로 잡혔음에도 마피아 세력에 굴하지 않자 1996년 소년을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산성 용액에 유기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당시 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자 이탈리아 사회는 마피아들의 잔혹한 만행에 몸서리치며 큰 충격을 받았다.
데나로는 1993년부터 도피를 시작했다. 그는 도피 중에도 시칠리아 마피아 조직 '코사 노스트라'를 이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명수배를 받아온 그는 30년간의 도피 생활 끝에 지난 1월 중순 팔레르모의 한 암 클리닉에서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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