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사무소, 헌재에 위헌 여부 판단 요청…정국 혼란 장기화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태국 총리 선출을 둘러싼 혼돈이 깊어지고 있다.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MFP) 대표를 총리 후보로 재지명할 수 없다는 의회 결정의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가리게 됐고, 의회 총리 선출 투표는 연기됐다.
25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완 노르 마타 하원의장은 오는 27일 열릴 예정이었던 상·하원 합동 총리 선출 투표를 취소하고 추후 다시 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태국 국민권익 구제기관인 옴부즈맨사무소는 의회의 피타 후보 재지명 불가 결정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전날 헌법재판소에 청원했다.
옴부즈맨사무소는 판결 때까지 의회의 총리 선출 투표를 연기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옴부즈맨사무소는 "피타 대표의 후보 재지명을 막은 의원들의 투표가 국민의 자유와 침해를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주 총리 선출 투표가 연기되지 않으면 구제할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진당 측은 피타 대표가 총리 후보로 재지명될 수 있는지 헌재의 판결을 구해달라는 진정을 옴부즈맨사무소에 접수했다.
제1당 대표인 피타는 지난 13일 상·하원 합동 총리 선출 투표에 단독 후보로 나섰지만, 과반 찬성 획득에 실패했다.
연립정부 구성을 추진해온 야권 8개 정당은 피타 대표를 19일 다시 후보로 지명했다. 그러나 의회는 토론 끝에 표결로 피타 대표가 이번 회기 내에는 다시 후보로 지명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회의 결정에 전진당과 지지자들은 반발했고, 일부 법학자들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피타 대표와 전진당이 "총리가 되는 것보다 군부 정권을 끝내는 민주화가 우선"이라며 야권 연합 내의 프아타이당을 지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다시 불씨가 살아났다.
총리 도전에 실패한 뒤 제2당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피타 대표에게 재도전 기회가 주어질 조그만 가능성이 생겼다.
연정 구성의 주도권을 넘겨받은 프아타이당은 지지 확보를 위해 외부 세력과 접촉해왔다. 보수 진영 정당들은 왕실모독죄 개정을 추진하는 전진당이 포함되면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프아타이당이 전진당을 배제하고 연정을 구성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옴부즈맨사무소의 위헌 판단 요청으로 더 미묘한 상황이 됐다.
전진당과 프아타이당 등 야권 8개 정당은 이날 연정 구성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프아타이당은 회의를 갑자기 취소했다.
이로써 5월 14일 총선 이후 2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태국의 정치적 혼란은 더욱 길어지게 됐다.
헌재는 옴부즈맨사무소의 청원을 받아들여 해당 사건을 심리할지 기각할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사건을 심리하면 한 달가량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헌재는 이와 별개로 피타 대표의 미디어 주식 보유 논란과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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