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화합을 위한 조건으로 이스라엘과의 치안 협력 중단 등을 요구했다고 AFP 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이날 이집트 북부 엘알라메인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정파 지도자 회의에서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에게 이스라엘과의 치안 협력과 정치범 체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하니예는 또 아바스 수반에게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개편,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를 통한 포용적인 의회 구성도 요구했다고 정파 회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PLO에는 팔레스타인 정파 대다수가 참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을 상대로 무장투쟁을 벌이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등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아바스 수반도 "우리에게 벌어졌던 쿠데타와 분열은 끝나야 한다"며 "우리는 하나의 국가를 구성하고 하나의 시스템, 하나의 법과 정규군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비판적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파타당은 요르단강 서안을 관할하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2006년 치러진 팔레스타인의 마지막 선거에서 압승한 하마스는 이후 선거 결과 불복 등으로 파타당과 반목했고, 2007년부터 가자지구에서 파타 세력을 몰아낸 뒤 독자적인 통치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무력 저항 노선을 유지해오며 독립 국가 건설을 원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신임을 쌓아왔다.
반면, 아바스 수반은 2005년 4년 임기로 자치정부 수반에 취임했지만 이후 선거를 치르지 않은 채 임기를 계속 연장해 정통성 문제가 제기됐다.
더욱이 동예루살렘 성지 갈등이 촉발한 2021년 5월 '11일 전쟁'을 비롯해 지난 몇 년간 잇따랐던 무력 충돌 과정에서 아바스 수반과 자치정부의 존재감은 미미했고, 대이스라엘 저항의 주도권은 사실상 하마스를 비롯한 무장 정파에 넘어갔다.
이번 정파 회의는 이스라엘의 우파 연정이 서안 유대인 정착촌 확대 등 대팔레스타인 강경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정파 간 협력과 화해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무력 저항해온 PIJ와 2개의 소규모 정파는 불참했다. PIJ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군에 체포된 죄수의 석방을 정파 회의 참석 조건으로 내걸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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