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포유류 감염 증가세…WHO '모니터링 강화' 권고도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고양이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돼 폐사하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방역당국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달에만 6일 간격을 두고 서울의 동물보호소 두 곳에서 고양이의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가 나왔다.
국내에서 고양이의 고병원성 AI 확진이 보고된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 일주일새 고양이 AI 감염 사례 2건 보고
31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25일 용산구의 한 동물보호소에서 폐사한 고양이 두 마리가 고병원성 AI(H5N1형)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날에는 관악구 소재 동물보호소에서 기르던 한 마리가 '양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5일 용산구 보호소 감염 사례의 경우 검사를 통해 확진된 것은 두 마리지만, 같은 기간 총 38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알려져 '집단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관악구 사례 역시 호흡기 증상으로 동물병원을 찾은 한 마리만 검사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외 감염 동물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확진 사례가 추가로 보고되자 방역 조치를 강화해 서울시 전역의 길고양이에 대해 AI 감염실태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사 수 증가에 따라 추가 감염 사례는 더 나올 수 있다.
이에 더해 일각에선 고양이를 통해 사람으로 AI가 전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방역당국은 현재로선 이런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번 H5N1형의 경우 조류에서 고양이를 거쳐 사람으로 전파된 사례는 세계적으로 보고된 바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다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당국은 고양이 접촉자를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질병관리청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접촉자를 대상으로 증상 발현 여부를 최대 잠복기인 10일간 관찰한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4시 28분께 안전 안내 문자를 통해 "조류인플루엔자의 인체 감염 예방을 위해 동물의 사체 또는 분변을 만지지 말고, 손씻기 등 개인 위생수칙을 준수해달라"고 요청했다.
환경부와 농식품부는 8월 한 달간 AI 발생 지역과 인근 철새 도래지 등을 중심으로 야생조류 90마리를 포획해 검사하고, 분변 검사 100건을 진행한다. 포획 검사는 기존의 약 3배, 분변 검사는 4배로 확대한 수준이다.
◇ 10개국서 포유류 AI 감염 보고…폴란드에선 고양이 29마리 감염
실제 지난 2021년 말부터 세계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유행하며 포유류에서도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례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작년 이후 스페인, 미국 등 10개국에서 포유류의 AI 감염 사례를 보고했다.
최근 폴란드에서는 앞서 각각 다른 지역에서 고양이가 AI에 감염된 사례가 29건 보고되기도 했다.
이에 WHO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포유류에서 H5N1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이는 동물과 인간에게 더 해로울 수 있는 신종 AI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AI 발생과 관련해 모니터링과 정보 공유를 강화해달라고 각국에 촉구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AI 확산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운성 전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WHO나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CDC)는 현재는 우려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으나, 유사시에 대비해 H5형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주를 확보한 상태"라며 "AI가 포유류에도 감염될 정도로 변이된 것이고, 바이러스가 증식할수록 변이는 계속 일어나 사람에 미칠 위험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김승택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인수공통바이러스연구팀장은 "아직은 사람에게 크게 위협을 주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되지만, 경각심을 가지고 모니터링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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