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미 신용등급 12년 만에 강등…이유 되새겨볼 만하다

입력 2023-08-02 16:20  

[연합시론] 미 신용등급 12년 만에 강등…이유 되새겨볼 만하다


(서울=연합뉴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전격 하향 조정했다. 재정적자 증가 우려와 재정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극한 대립 등이 주된 이유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가 미국 신용등급을 내린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그때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국가부채 상한 증액에 대한 정치권 협상 난항 등을 등급 강등 배경으로 지목했는데 당시 미국 주가가 15% 이상 폭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향후 3년간 재정 악화가 예상될 뿐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 부채 한도를 놓고 의회 대치와 극적 해결이 반복되며 다른 국가들에 비해 거버넌스(국가운영체계)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신용등급 강등의 배경으로 꼽았다. 특히 '거버넌스 악화'를 꼽은 점이 주목된다. 미국 정치권이 부채 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으며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임박해서야 해결하는 일이 되풀이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올해도 이 문제로 극한 대립이 이어지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가 정부 지출을 감축하는 대신 부채한도를 2년간 높이기로 극적으로 합의했다. 부채 한도는 미국 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의회가 설정한 것이다. 현재 한도는 31조4천억 달러(약 4경1천699조원)다. 정부는 이 한도 내에서 국채 발행 등의 방식으로 돈을 빌려 공공서비스를 하는데 부채가 한도에 도달할 경우 의회가 한도를 상향하거나 한도 적용을 유예해주지 않으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이런 구조를 두고 매번 민주·공화 양당이 벌이는 극한 대치는 불확실성을 초래했고 이는 경제에 악영향을 줬다.

더 근본적인 요인으로 꼽히는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정부가 거둬들이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피치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세수 감소와 재정지출 증가, 이자 부담 증가 등의 여파로 202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7%에서 2023년 6.3% 수준으로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2024년엔 6.6%, 2025년엔 6.9%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미국 정부는 이번 강등 조치에 강력히 반발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피치의 결정이 "자의적이며 오래된 데이터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로 언급된 것들은 재정 문제를 두고 여야 간 대립을 해온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출렁거렸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7원 오른 1,29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1.90%, 코스닥지수는 3.18% 각각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다소 커질 수는 있으나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일 정도의 악재는 아니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하루 시장 상황만 보면 강등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2011년 경험을 생각하면 좀 더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 당시 코스피는 6거래일 만에 17%나 떨어졌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면밀히 모니터하고 필요할 경우 신속히 대응하기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