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1%↓, 나스닥 2.2%↓ 등 뉴욕증시 '숨고르기'…채권시장 평온
12년 전 학습효과로 시장 관망세…JP모건 회장 "우스꽝스러운 결정"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했지만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제한적인 분위기다.
금융위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지난 2011년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을 때와 비교해 현 경제 상황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 강등 여파에 美증시 약세 마감…충격은 제한적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한 뒤 첫 거래일인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장보다 348.16포인트(0.98%) 하락한 35,282.52로 장을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63.34포인트(1.38%) 떨어진 4,513.39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10.47포인트(2.17%) 밀린 13,973.45로 마감했다.
전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에서 한 단계 끌어내렸다는 소식이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S&P 500 지수는 4월 25일(-1.58%) 이후 3개월여 만에 일일 최대 낙폭을 기록했지만, 미 증시가 최근 몇 달간 간 상승세를 이어온 점을 고려하면 피치 결정을 빌미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을 보였다.
미국 국채 시장은 평온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5bp(1bp=0.01%포인트) 오른 4.08% 근방에서, 2년물 국채금리는 2bp가량 떨어진 4.89% 근방에서 거래돼 혼조세를 보였다.
금융시장의 이런 제한된 반응은 지난 2011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전격 하향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피치, 무디스와 더불어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로 꼽히는 S&P는 2011년 8월 미국의 부채한도 위기 당시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한 후 지금까지 이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안전자산' 지위를 굳건히 하고 있던 미 국채에 대한 주요 신용평가사의 첫 신용등급 강등 결정 여파는 컸다.
2011년 8월 5일 금요일 장 마감 후 강등 발표가 나간 뒤 첫 거래일인 8월 8일, S&P 500 지수는 7% 가까이 급락했다.
S&P 500 지수는 8월 한 달간 5.7% 하락했고, 9월에도 7.2%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 2011년엔 금융위기 여파에 유럽 위기까지 겹쳐…"美국채 대안, 아직 없어"
전문가들은 현 경제상황이 2011년과 다르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찾고 있다.
실제로 S&P가 강등 결정을 내렸을 때는 2008년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암운이 채 가시지 않은 시기였고, 유로존마저 부채 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상태였다.
2011년 강등 사태가 준 학습효과도 한 몫했다.
한 차례 겪었던 악재인 만큼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사태 추이를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도이치뱅크의 짐 리드 전략가는 "12년 전 S&P가 신용등급을 처음 내렸을 때는 훨씬 더 큰 뉴스였고 투자자들이 미 국채가 더는 순수한 AAA가 아니란 점에 적응할 수 있게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안전자산으로서 미 국채를 대체할 만한 자산이 아직은 없다는 점도 피치의 강등 여파를 제한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월가의 주요 인사들도 이런 측면에서 이번 피치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가 AAA 등급을 받는다는 것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며 "미국은 여전히 지구상에서 가장 번영하는 국가이고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캐나다(신용등급 AAA)의 경우 미국이 만들어 낸 안정성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인데 미국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다이먼 CEO는 지적했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경제고문도 "압도적 대다수의 이코노미스트나 분석가들이 인용된 이유와 시기 때문에 똑같이 당혹스러워할 것 같다"며 "이번 발표가 미국 경제와 시장에 지속해 파괴적인 영향을 주기보다는 무시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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