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미 신용등급 강등 배경으로 '2021년 의사당 폭동' 거론

입력 2023-08-03 10:23  

피치, 미 신용등급 강등 배경으로 '2021년 의사당 폭동' 거론
"폭동으로 정치 양극화·거버넌스 악화"…추가 강등 가능성은 작은듯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한 배경 중 하나로 2021년 1월 발생한 미국 '의사당 폭동'이 지목돼 눈길을 끈다.
미국 재정 적자 확대 우려와 함께 의사당 폭동으로 부각된 정치적 양극화 등이 이번 신용등급 강등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피치의 수석 이사인 리처드 프랜시스는 2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은 일정 부분 미국 거버넌스(국정 통치 체계)의 악화에 따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거버넌스 악화와 정치 환경의 양극화 심화는 의사당 폭동으로 부각됐으며 피치는 이번 결정에 앞서 미국 재무부와 면담에서 이 부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1·6 미 의사당 폭동은 2021년 1월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불복, 그 선거 결과를 인증하는 회의가 열린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사건을 말한다.
프랜시스 이사는 "그것(의사당 폭동)은 거버넌스 악화를 반영하기에 우리가 강조한 것"이라며 신용등급 강등의 여러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벼랑 끝 전술과 양극화 상황은 연방정부의 국가부채 한도 증액 관련 논쟁으로도 두드러지는 상황이라며 "이는 2011년부터 2년마다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합의된 부채 한도 상향 이슈도 차입 한도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 속에 2025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은 더 왼쪽, 공화당은 더 오른쪽으로 갔기 때문에 가운데가 기본적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치의 결정에 대해 미국 당국 관계자들은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특히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피치의 결정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관련 조치에 대해 "자의적이며 오래된 데이터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피치가 부채 한도 위기가 해결되기 전에 미국을 부정적 감시 명단에 올려놨지만, 그 이후 긍정적인 뉴스가 이어졌기에 신용등급 강등 결정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프랜시스 이사는 "거버넌스와 국가 부채를 둘러싼 오랜 우려를 평가하기 위해 지난 부채 한도 협상 이후 시간을 갖기를 원했다"며 "우리는 이런 이슈에 대해 정말 깊게 들여다보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높은 금리는 국가 부채 부담을 더 무겁게 할 수 있다"며 1년가량 이어지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에 대해 다소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프랜시스 이사는 미국에 대한 추가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두 단계의 강등은 매우 가혹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상승을 위한 조건으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의 안정화, 부채 한도 이슈 관련 영구 유예 등을 내걸었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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