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위협하면서도 '제재 해제' 우회적 요구…신중 접근 가능성도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관영 매체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對)중국 반도체 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가 실제로 발동될 수 있다며 미국과 한국·일본·유럽에 전향적 자세를 요구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3일 논평에서 "수출 허가를 받는 방법에 관한 세부 사항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억압의 맥락을 보자면 판단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라며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에 참여한 국가들은 비이성적인 제재를 지원하면 대가가 뒤따른다는 것을 알게 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매체는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면 주의 깊게 선택해야 한다는 교훈이 전해졌기를 바란다"고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어쩌면 미국과 일본, 한국, 유럽연합(EU)의 눈에 중국의 조치는 단순히 미국과 동맹국들의 반도체 제재에 대응한 것으로만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국 봉쇄를 계속 강화할 경우 중국이 더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강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수출 통제가 정치적 제스처에서 끝날지, 일부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공급 규제가 될지, 이미 답을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가 끝일지 시작일지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자신들의 수출 통제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통신·군사 장비용 반도체 등에 쓰이는 광물로 중국이 생산과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3일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 30개를 대상으로 수출 허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고, 새 허가제는 이달 1일부터 효력을 갖게 됐다.
허가제가 가동은 됐지만 아직 중국 당국이 본격적으로 수출 금지 조치 등을 내놓지는 않은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몇몇 무역업체가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 수출 허가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 중이며 다음주 중 제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관영 매체가 '정치적 제스처'와 '실질적 규제'의 가능성을 나란히 언급한 것은 곧장 수출 통제의 방아쇠를 당기기보다 중국에도 '보복 공격 카드'가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중국 제재 해제를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타임스는 1일에도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는) 전면적 금지는 아니지만, 중국에 유사한 제한을 가해 핵심 이익을 침해한 국가의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첫 번째 집단이 될 것"이라는 일종의 '조건'을 명시함으로써 중국이 광물 수출 통제에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전날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위구르족 강제 노동'을 이유로 중국 기업 두 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한 것에 대해 "미국은 허위사실을 조작·선전하며 멋대로 중국 기업을 제재했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중국은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중국 기업의 합법 권익을 보호하겠다"고만 밝히는 등 즉각적인 맞대응에 나서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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