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연속 인상…전월보단 인상 폭 줄여
"통화정책 충분히 제약적일 것…금리인하 추측 너무 일러"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이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 금리를 14회 연속 인상해 15년 만에 최고치로 높였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3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로 0.25%포인트 올렸다고 발표했다.
통화정책위원 9명 중 2명은 0.5%포인트 인상, 1명은 동결에 표를 던지는 등 의견이 엇갈렸다.
이번 인상으로 영국 기준금리는 2008년 4월(연 5.2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BOE는 2021년 12월 주요국 중 가장 먼저 통화정책 방향을 튼 이래 연 0.1%에서부터 한 차례도 쉬지 않고 금리를 올리고 있다.
다만 지난달에 예상보다 큰 폭인 0.5%포인트 깜짝 인상한 데 비해서는 보폭을 좁혔다.
가장 최근 발표된 소비자 물가 상승률(6월)이 연 7.9%로 BOE 목표인 연 2%의 거의 4배 수준이지만, 그래도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간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BOE는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과는 달리 금리 인상 사이클의 끝이 가까워졌다는 메시지를 주진 않았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BOE는 "물가를 목표치로 되돌리기까지 충분히 긴 시간 동안 충분히 제약적(restrictive)일 것"이라고 말했다.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도 있지만 확실치 않다"며 "다 끝났다고 선언할 때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베일리 총재는 "금리인하 시기를 추측하기엔 지나치게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BBC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률이 내려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까지는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물가와 임금이 안정되면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일리 총재는 "임금 인상 속도가 예전 전망치보다 상당히 빠르다"고 말했고, BOE는 임금 인상이 기업 이윤 폭에 비해 훨씬 큰 물가 상승 동력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BOE의 이런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서는 BOE가 처음으로 통화정책을 '제약적'이라고 표현한 데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나 BNP파리바 등에서는 BOE가 다음 달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연 5.5%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본다고 BBC 등이 전했다. 이는 종전(연 5.75%) 보다 낮춘 것이다.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은 이날 금리 결정 후에 "우리 계획대로 계속한다면 물가 상승률이 1년 내 3% 이내로 내려오고 경기도 침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전날 L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률이 기대만큼 빨리 떨어지지 않고 있지만 터널 끝에 불빛이 보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BOE 밖에선 한 시민단체가 은행들의 막대한 이익에 횡재세를 부과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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