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공무원들에 "외제차 대신 국산차 타라"…국산 지원책 강조

입력 2023-08-04 16:44  

푸틴, 공무원들에 "외제차 대신 국산차 타라"…국산 지원책 강조
하원 의장도 비슷한 주장…우크라전 와중 외제차 구매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관용차를 외제차에서 러시아산으로 바꾸도록 지시했다고 리아노보스티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제조업체 사장들과의 면담에서 정부의 자국 기업 지원 정책에 관해 설명하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정부 부처와 기관, 대통령 행정실 등에서 외국 자동차를 계속 구매하려 했지만 나는 '그같은 관행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 모든 관리는 국산차를 타야 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국산차가) 격이 낮아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문제 될 게 없으며,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다"면서 "모든 관료 사회는 국내 브랜드, 국산 자동차, 국산 제품 등의 발전을 지향해야 함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입을 완전히 거부할 순 없지만, 기본적인 물품은 국산 제품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 의장도 지난달 중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이 국산차를 구매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는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을 위한 국가 조달에서 국산 자동차를 지향해야 한다"면서 "더구나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그들에게 무기와 장비를 지원하는데 돈을 쓰는 적들(서방)의 배를 불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과 볼로딘 의장의 발언은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어려움에 처한 자국 산업 지원을 강조한 '애국적 수사'로 해석되지만, 동시에 서방 자동차 메이커들의 러시아 철수로 제품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주요 서방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전 개시 이후 러시아 시장에 대한 제품 공급을 중단하거나 아예 현지 사업체들을 매각하고 철수했다.

개전 직후 러시아 현지 생산을 중단한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3월 러시아 내 자회사 자산도 모두 처분하고 완전히 철수했다.
역시 지난해 3월부터 러시아 내 사업을 중단한 BMW는 완전 철수는 하지 않았지만 현지 판매를 사실상 멈췄다.
도요타는 지난해 9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생산 종료를 발표하고, 올 3월 공장을 러시아 정부 기관에 매각했다.
프랑스 자동차기업 르노도 지난해 5월 러시아 내 자회사들의 지분을 모두 러시아 정부 등에 팔고 철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소비자들은 외제 자동차 구매와 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로 벤츠, BMW, 도요타 등의 외제차를 관용차로 이용해온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도 비슷한 처지다.
하지만 당장 수입차를 대체할 만한 러시아 자동차도 마땅찮다.
2018년부터 러시아산 고급 승용차 '아우루스'(Aurus)가 생산되고 있지만 널리 보급되진 않았다.
러시아 최대 자동차 기업 '아프토바즈'가 생산하는 승용차들은 관용차로 사용하기엔 질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관용차로 사용할 만한 새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선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최소 3~4년은 걸리고 엄청난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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