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곡물항 때리자 우크라도 '드론보트' 맞불…식량위기 재점화?

입력 2023-08-05 09:18   수정 2023-08-05 10:19

러 곡물항 때리자 우크라도 '드론보트' 맞불…식량위기 재점화?
흑해 해상운송 막힐까 우려 고조…국제 밀가격 한때 2.8% 급등
러·카자흐산 원유 수출 차질 가능성도…"대부분 아시아로 수출"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의 흑해 주요 수출항인 노보로시스크가 우크라이나의 원격조종 자폭무인정(드론 보트) 공격을 받자 국제 곡물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항만시설 등을 직접 겨냥하진 않았다지만 지난달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주요 곡물항을 연일 폭격한데 대한 맞대응 성격일 가능성이 커서다.
러시아 국방부는 현지시간으로 3일 밤 우크라이나 드론 보트 두 척이 크라스노다르주 노보로시스크 해군기지 공격을 시도하는 것을 격퇴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러시아 해군 상륙함이 피격돼 예인되는 영상이 공개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시인하지 않고 있지만, 한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보안국(SBU)과 해군이 합동으로 노보로시스크항 공격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에 점령되지 않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무려 400마일(약 640㎞) 거리인 노보로시스크까지 드론 보트를 보냈다는 것이다.
이런 공격은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해상 수출을 보장한 흑해곡물협정을 중단한 러시아가 흑해와 다뉴브강 일대의 우크라이나 곡물항을 잇따라 공습하는 가운데 벌어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보로시스크항) 공격은 흑해를 통한 러시아산 곡물 수출 중심지를 타격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면서 "러시아는 자국과 카자흐스탄산 원유를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데도 이 항구를 사용해 왔다"고 짚었다.



노보로시스크는 유럽 최대 항구 중 하나로 러시아 해상 무역의 17%가 이곳을 통해 이뤄진다고 한다.
그런 노보로시스크 주변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보트 활동이 지속된다면 러시아 경제에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러시아 친정부 성향 텔레그램 채널 레도프카는 3일 "(이번 공격은) 러시아 경제에 강력한 충격이 될 수 있다"면서 정부에 '즉각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흑해를 통한 화물 운송이 어려워진다면 식량 위기와 물가 상승에 시달리는 세계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 드론 보트가 노보로시스크항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제곡물시장에서 밀 선물 가격은 한때 부셸(곡물 중량 단위·1부셸=27.2㎏)당 6.47달러로 2.8%가량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다.
러시아는 흑해곡물협정 중단으로 식량위기가 가중될 위기에 처한 아프리카 국가들을 달래기 위해 최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무상으로 자국산 곡물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이러한 곡물도 노보로시스크를 경유해 운송될 가능성이 크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작년 한때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가 진정된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들썩일 가능성도 있다.



WSJ에 따르면 노보로시스크항은 전 세계 원유 수요의 2.5%에 해당하는 물량을 수출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셰브런과 엑손모빌 등이 생산하는 카자흐스탄산 원유는 하루 150만 배럴이 노보로시스크를 통해 수출되고 있으며 대부분 아시아권 정유업체가 수입한다고 한다.
상품분석업체 케이플러의 빅토르 카토나 수석 원유 애널리스트는 우크라이나의 노보로시스크항 공격후 국제원유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 데 대해 실질적 충격보다는 불안 때문인 측면이 크다면서도 "파이프라인 등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곤경에 처할 수 있는 까닭에 불안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노보로시스크에서 러시아 해군함을 공격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에 등장하는 드론 보트의 외형이 우크라이나가 최근 공개한 무기인 '마구라 V5'와 흡사하다고 전했다.
최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방위산업전시회에 소개된 이 무기는 시간당 48마일(약 77㎞)을 이동해 500마일(약 800㎞) 바깥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 방송은 해군력이 미약해 흑해 제해권을 상실한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보트라는 비대칭 전력에 집중해 왔다며 자체 집계 결과 이번과 같은 공격이 작년 2월 개전 이후 최소 11차례 있었다고 전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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