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다른 물고기 뒤에 숨어 사냥하는 물고기 확인"

입력 2023-08-08 05:00  

[사이테크+] "다른 물고기 뒤에 숨어 사냥하는 물고기 확인"
英 연구팀 "사람 외에 다른 동물을 은폐에 활용하는 행동 첫 확인 사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카리브해에 사는 한 육식성 물고기가 주변 물고기들의 경계를 받지 않는 초식성 물고기에 바짝 붙어 헤엄치는 방식으로 몸을 숨기고 사냥을 한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확인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샘 마쳇 박사팀은 8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산호초 지대에서 실시한 실험을 통해 포식자 물고기가 다른 물고기를 은폐용으로 활용, 먹잇감에 들키지 않고 접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실험에서는 길고 가느다란 육식성 트럼펫피시(주벅대치)가 다른 물고기에 위협이 되지 않는 초식성 파랑비늘돔 뒤에 바짝 붙어 헤엄치는 '따라 하기'(shadowing) 행동을 통해 자신을 숨긴 채 먹이에 다가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쳇 박사는 이것은 사람 외 다른 동물이 살아 움직이는 다른 동물을 사냥을 위한 은폐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확인된 유일한 사례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카리브해 다이빙 숍에서 일하는 다이버들의 경험에서 시작됐다며 그동안 트럼펫피시가 파랑비늘돔에 붙어 헤엄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를 밝히기 위해 트럼펫피시의 먹이인 자리돔이 많이 사는 산호초 지대 위로 줄을 설치하고 트럼펫피시 모형과 파랑비늘돔 모형이 각각 지나갈 때와 두 모형이 나란히 헤엄치듯 지나갈 때 자리돔들의 반응을 촬영해 분석했다.

그 결과 자리돔들은 트럼펫피시 모형만 지나갈 때는 탐색 행동을 통해 포식자를 인식하자마자 산호초로 숨었고, 파랑비늘돔 모형이 지나갈 때는 탐색행동 후 별다른 행동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펫피시가 파랑비늘돔에 붙어 지나갈 때는 자리돔들이 탐색행동을 한 후에도 포식자로 인식하지 못하고 숨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쳇 박사는 "트럼펫피시가 파랑비늘돔 같은 다른 물고기에 붙어서 헤엄치면 몸이 먹잇감들에게서 완전히 숨겨지거나, 전체적인 형태가 트럼펫피시와 달라 먹잇감들이 포식자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리돔들이 종류가 다른 물고기에 대해 이렇게 매우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에 놀랐다"며 "야생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의 이런 행동을 모방하는 실험을 통해 이런 행동의 생태학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트럼펫피시의 따라 하기 행동은 산호초가 많이 파괴된 곳일수록 더 많이 목격돼 온난화에 따른 산호초 지대 훼손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동연구자인 제임스-허버트-리드 교수는 "다른 물고기 뒤에 숨어 먹잇감에 다가가는 작전은 환경 변화에 적응해 사냥 성공률을 높이는 유용한 전략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산호초가 줄어들면서 이런 행동이 더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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