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경제학자 우려 소개…"무역 흐름 뒤집히면 큰 비용 발생"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미국·중국 간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여러 지정학적 이슈로 불거진 탈세계화와 경제 블록화 흐름이 세계 경제에는 큰 손실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런던정치경제대 방문 교수이자 저명한 이코노미스트인 로렌조 코도뇨는 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세계가 실제로 두 블록으로 분열되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열, 탈세계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등은 앞으로 수년 내에 큰 역할을 하고 매우 중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그것이 하루아침에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는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디리스킹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과 함께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으로 꼽힌다.
미국은 공급망과 산업망 전반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의미로 디커플링을 강조하다가 최근에는 국가안보에 영향을 주는 첨단 과학기술 분야로 표적화한 선별적 조치인 디리스킹을 대중국 경제 관계 키워드로 부각하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중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해왔으며 반도체 장비·반도체칩 수출 통제에 이어 이날엔 이들 분야를 포함한 첨단 기술에 대한 미국 자본의 중국 직접 투자까지 제한했다.
이에 중국도 앞서 미국 반도체 기업을 제재하고 갈륨 등 희귀광물 수출통제를 시행하면서 맞대응하는 등 양국 간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서방과 러시아 간 무역 단절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WSJ은 코도뇨 교수의 코멘트와 함께 정치적인 이유로 무역의 흐름이 뒤집어지면 높은 비용, 낮은 효율성 등 무거운 경제 비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경제학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무역과 투자의 규모가 거대한 데다 복잡하게 엮여있어 세계 경제를 블록화하려는 시도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서방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세계화의 해체가 얼마나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서방의 제재와 비즈니스 철수 요구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미국의 많은 기업이 여전히 러시아에서 운영되고 있다.
조지아나 카자흐스탄 같은 러시아 인접 국가로 독일의 수출이 급증했다는 점 또한 러시아가 우회로를 통해 많은 서방 물자를 수입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WSJ은 밝혔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많은 개발도상국은 서방 대신 중국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고, 인도 등은 서방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원유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관세·규제 등을 통한 각국의 무역 제한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직접 투자 측면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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