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횡령·미공개정보 투자·불법계좌…이런 은행에 돈 맡기겠는가

입력 2023-08-10 15:46  

[연합시론] 횡령·미공개정보 투자·불법계좌…이런 은행에 돈 맡기겠는가


(서울=연합뉴스) 하루가 멀다고 은행권 비위 사건이 터지고 있다. 이번엔 은행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다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9일 KB국민은행 직원들이 고객사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127억원의 주식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를 적발해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증권대행 업무 직원들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업무 과정에서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규모와 일정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본인과 가족 명의로 해당 종목 주식을 샀다. 이후 시장에서 보통 호재성 정보로 인식되는 무상증자 공시로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는 방식으로 66억원 규모의 차익을 얻었다. 일부 직원은 은행 내 다른 부서 동료, 가족, 친지 등에게도 무상증자 정보를 알려줘 지인들이 부당하게 올린 이득도 61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시중은행 1, 2위를 다투는 해당 은행은 2년 넘게 내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고객 모르게 1천여개의 계좌를 개설한 은행도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추가로 개설한 혐의를 잡고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은행 직원들은 고객을 상대로 증권사 연계 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뒤 해당 계좌 신청서를 복사해 임의로 증권사 계좌를 하나 더 만들었다. 이런 비리는 한 고객이 동의하지 않은 계좌가 개설된 사실을 알고 은행 측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드러났다. 연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둔 대구은행 측은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자체 감사를 벌였지만, 금감원에 신고하지 않았다. 올들어서만 드러난 은행권 비위 사건은 이뿐이 아니다. 이달 2일에는 BNK경남은행 직원이 2007년부터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맡으면서 56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사실이 알려졌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받은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융사에서 발생한 횡령 금액은 1천816억590만원, 여기에 가담한 임직원 수는 202명에 달한다. 횡령액 중 환수된 금액은 224억6천720만원(12.4%)에 불과했다. 횡령 규모도 점점 늘어 2017년 89억8천870만원에서 지난해는 826억8천200만원이나 됐다. 이처럼 비위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지적돼온 부실한 내부 통제시스템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의 책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4월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이 드러났을 때 금융당국은 은행 내부통제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를 따져 허술한 제도 탓이라면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하고, 금융권 임직원들의 모럴해저드가 문제라면 처벌을 대폭 강화해서라도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0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수신 과정에서 고객 자금 운용은 은행의 기본적인 핵심 업무"라며 "횡령을 한 본인 책임은 물론, 관리를 제대로 못한 사람, 당국의 보고가 지연된 부분 등에 대해 법령상 허용 가능한 최고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높은 연봉에다 매년 '보너스 잔치'까지 벌이는데 직원들의 비위 사건마저 계속된다면 그런 은행에 누가 믿고 돈을 맡길 수 있겠는가. 금융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 자체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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