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하나·농협 등 지난달부터 취급…우리·카뱅도 출시
60대 고객에 50년 만기 대출 내주기도…당국 "영업행태 점검"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주요 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 취급액이 출시 한 달 만에 1조2천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50년 만기 주담대가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우회 수단으로 활용된 것은 아닌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 은행권, 지난달부터 50년 만기 상품 출시…"월 상환액 적어"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은 지난 10일 기준 약 1조2천379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시중은행에서는 상품 출시 이후 취급된 전체 주담대 중 금액 기준으로 절반 가까운 48%가 50년 만기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상담 과정에서 50년 만기 시 예상 원리금을 확인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실제 실행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만기를 50년으로 하면 기존에 대출이 안 나오던 분들도 가능해져 많이들 취급한다"며 "어차피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월 상환금액이 적은 50년으로 대출을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주요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농협은행이 지난달 5일, 하나은행이 7일, 국민은행이 14일, 신한은행이 26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5대 은행 중 50년 만기 상품을 취급하지 않았던 우리은행 역시 오는 14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최장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에는 카카오뱅크가 지난 10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최장 45년에서 50년으로 늘렸다.
은행들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앞다퉈 내놓는 이유는 차주별 DSR 규제 하에서 초장기 주담대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만기가 늘어나면 대출자 입장에서는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든다.
월 상환액이 줄어들면 차주별 DSR 규제 하에서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다만 월 상환액이 줄어들더라도 상환기간이 길어지면 총 상환금에서 차지하는 이자 규모는 커진다. 은행 입장에서도 초장기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이익인 셈이다.
◇ 당국 "DSR 완화 수단 활용 가능성…제도 개선 필요"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부채가 재차 증가세를 보이자 주담대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그중에서도 50년 만기 주담대를 언급했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가 있어서는 안 될 상품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상환하기 어려운 만기의 대출을 내주는 것은 적정한 영업행태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나이 제한 등을 두지 않고 50∼60대 고객에게도 50년 만기 주담대를 판매하는 것을 지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실제로 50년 동안 대출금을 나눠 갚아야겠다는 생각보다 더 많은 대출금을 받기 위해 DSR 적용에 유리한 50년 만기로 신규대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60대 후반 고객이 50년 만기로 대출받은 경우도 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나이 제한 같은 안전장치 없이 무분별하게 초장기 만기 대출을 내주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제대로 돼 있지 않다면 지도나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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