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해외여행에 '명문대 스터디 투어'…수백만원어치 과외까지
학부모 24%는 185만원 이상 지출…SNS엔 "어서 개학하길" 토로도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베이징에 사는 쉬링(45)은 7월분 신용카드 상환액을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중학생·초등학생 두 자녀에게 들어간 돈을 합해 보니 5만 위안(약 919만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13일 중국 시대주보에 따르면 소셜미디어(SNS) 샤오훙수에는 '여름 청구서'를 키워드로 하는 학부모들의 글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이들이 '인증' 형식으로 올린 비용 목록을 보면 부모와 자녀까지 세 식구가 닷새 동안 중국 국내 여행을 하는 데는 보통 1만 위안(약 185만원)가량이, 여행이 좀 길어지거나 해외로 가는 경우엔 3만∼5만 위안(약 552만∼919만원)씩이 들었다.
여행이 끝이 아니다. 교육열 높은 중국 가정이라면 일주일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5천∼6천 위안(약 92만∼110만원)을 들여 베이징대·칭화대 등 명문대를 돌아보게 하는 '스터디 투어'를 따로 신청하기도 한다.
상당수의 가정이 선택하는 시간당 200∼300위안(약 3만7천∼5만5천원)짜리 '흥미반' 수업은 몇 과목만 등록해도 1만 위안이 훌쩍 넘는다.
큰딸의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쉬링은 방학을 맞아 일대일 과외를 신청했다. 16회짜리 물리 수업은 1만2천 위안(약 220만원)이고, 수학은 10회에 총 2천 위안(약 36만8천원)이다. 따로 등록한 피아노·댄스·영어 수업에도 1만 위안은 너끈히 든다.
허베이성에 사는 학부모 류모씨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위해 2주간 프로그래밍 수업에 5천 위안(약 92만원), 탁구 수업에 7천 위안(약 129만원), 온라인 영어 수업에 2천400위안(약 44만원)을 각각 지출했다. 게다가 여행이라도 가면 4만 위안(약 735만원)은 써야 할 상황이다.
한 학부모는 샤오훙수에 올린 글에서 "지금은 아이 학교가 어서 개학했으면 한다"며 "내 지갑이 정말 버텨내질 못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의 한 매체가 한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의 35.27%가 여름방학과 관련해 5천∼1만 위안(약 91만9천∼185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천∼5천 위안(약 36만8천∼91만9천원)을 쓴다는 집은 30.62%, 1만∼3만 위안(약 185만∼552만원)을 들이는 가정은 23.64%로 각각 조사됐다.
여름방학 지출에서 여행과 보충수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6.34%와 24.5%였다.
광둥성에서 두 자녀를 키우는 펑위는 '지출 경쟁'으로까지 보이는 요즘의 상황이 못마땅하다. 그는 "학부모들은 아이 키우는 데는 기꺼이 돈을 쓰겠지만,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써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시대주보는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를 힘들게 할 수는 없고, 아무리 가난해도 교육에 돈을 안 쓸 수는 없다는 생각은 여전히 세대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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