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공공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철근 누락 단지 5곳을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철근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LH는 전수조사를 한 91개 아파트 단지 중 15곳에서 철근 누락 문제가 있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문제가 있는 단지는 20곳인 셈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11일 긴급기자회견에서 "뒤늦게 기둥 중 3∼4개에서만 하자가 있는 단지를 자체 보강하고 발표에서 제외했다는 보고를 들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무량판 구조 아파트 전수 조사에서 11개 단지를 빼먹은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기본적인 현황조차 파악 못 하고 조사를 했다니 조사 결과에 흠결을 의심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 사장은 "조직이 비대해지고 조직 내부의 소통 부재와 단절"이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지난해 11월 임명된 이 사장은 전체 임원의 사직서를 받고 본인 거취는 정부에 맡긴 채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에도 '개혁 약속'이 참으로 공허하게 들린다. LH는 불과 2년 전인 2021년 6월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 때도 '해체 수준의 혁신'을 다짐했지만 국민들은 별다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LH는 비대해진 조직을 효율화하기 위해 기능과 인력을 과감하게 줄이겠다면서 1만명 수준인 인력을 20% 이상 감축하겠다고 했다. 또 전관예우를 근절하겠다며 취업 제한 대상자를 늘렸다. 그러나 2020년 9천683명이던 LH 임직원 수는 올해 8천885명으로 3년간 798명(8.2%) 감소하는 데 그쳤다. 20% 감축 목표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또 2021년 6월 이후 최근까지 LH 퇴직자 21명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받았는데 그 중 취업 불가 판정을 받은 퇴직자는 1명뿐이었다. 더욱이 취업 승인받은 2급 전문위원 2명이 입사한 건축사무소들은 최근 철근 누락이 확인된 아파트 단지의 감리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LH는 이달 2일에도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해 건설업계의 이권 카르텔과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발표했다. LH 발주 아파트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드러나고 전관예우 의혹까지 제기되자 이런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에도 여론에 떠밀려 다짐한 '말뿐인 혁신'이 되고 말 것이라는 비판부터 나왔다. LH가 '셀프 개혁'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면서 국민의 신뢰는 바닥이나 다름없다. 지금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과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LH 분리·해체까지 배제하지 않는 수준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종합적인 대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LH 혁신과 건설 카르텔 혁파를 차질 없이 이행하라"고 거듭 지시했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에는 절대로 일회성으로 넘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공공주택 건설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LH의 난맥상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온다. LH가 말 그대로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주거 안정을 책임지는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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