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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이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중국이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가 잇따르는 와중에 불거진 대형 악재다. 중국의 리오프닝(외부 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예상보다 약한 상황에서 하반기 경기 반등을 기대한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것과 다름없다.
외신 등에 따르면 비구이위안과 그 계열사가 발행하는 채권 11종의 거래가 14일부터 중단됐다. 이 회사는 지난 7일 만기가 돌아온 액면가 10억 달러 회사채의 이자 2천250만 달러(약 300억원)를 갚지 못했고, 30일의 유예기간에도 빚을 갚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이 회사의 디폴트 위기는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에서 부동산 산업은 GDP(국내총생산)의 25%를 차지한다. 한국처럼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큰 중국에서 부동산 시장이 주저앉으면 민간 소비 위축과 기업의 고용 기피 등 경제 악순환이 빚어지기 마련이다. 벌써 시장에선 중국이 19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 맞닥트린 경제 현실을 보면 과거 일본과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젊은 세대의 결혼 및 출산 기피로 저출산,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인구 감소세와 청년 실업률 증가로 미래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민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있다.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수출 감소와 성장률 하락 등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경제 지표상으로도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5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1.4%로 0.1%포인트 낮췄는데, 그중 한 요인으로 중국의 경제회복 속도가 부동산 문제 등으로 느려질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골드만삭스 등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1.9%로 집계돼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정부와 한은의 예상이 빗나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우려했던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최근 중국의 성장률 둔화를 언급하면서 중국을 "똑딱이는 시한폭탄"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선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디플레이션까지 변수에 넣고 대외 경제운용 전략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 우선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대국으로 올라선 인도 시장 등으로의 수출 다변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제품 등 주력 수출 품목 외에 비교 우위 품목으로 부상한 이차전지 같은 신성장 동력 육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물가를 주시하면서 소비 활성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6년여 만에 재개된 중국 단체관광이 내수 진작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중국 소비시장이 위축되는 만큼 이에 안주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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