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각종 규제로 루블화 방어했지만 올들어 30% 급락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년 넘게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루블화가 17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루블화 환율은 한 때 1달러당 100루블 고지를 넘기기도 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루블화는 폭락했지만, 러시아 당국의 개입에 힘입어 가치를 회복했다.
당시 러시아 당국은 주민들에 대한 환전 금지와 외국인 주식 매도 금지, 에너지 기업들의 루블화 보유 의무화 등의 조치를 도입했다.
루블화의 수요를 늘려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같은 러시아 당국의 적극적인 규제와 함께 고유가 등 러시아 경제에 유리한 주변 환경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루블화의 가치는 달러당 50루블 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올해 루블의 가치는 30%나 급락했다. 전 세계 국가 중에서 러시아보다 화폐 가치가 더 많이 떨어진 국가는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튀르키예뿐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가치 하락의 원인을 교역 조건 악화를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유가 상승 등 유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무역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지난해에 비해 8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지출을 대폭 늘리면서 통화량 증가로 루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 외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루블화의 가치 하락은 러시아 경제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6.5%로 내다봤다. 루블화 가치 하락은 수입 상품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고, 물가 전체가 자극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한 루블화 가치 하락 때문에 전시 상황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더욱 부각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러시아 남성들의 징병으로 빈 노동 현장을 채워온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루블화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 대신 다른 국가로 발을 돌리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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