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14개 크기 시설…내년부터 2025년까지 6천대 자체 제조
美싱크탱크 "한번에 수백대씩 더 자주 우크라 공격할수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란제 자폭 드론(무인기) 대량 생산을 추진 중인 러시아 비밀 군사기지와 관련된 문건이 유출돼 주목된다.
러시아의 계획대로 생산과 배치가 진행된다면 내년부터는 한차례에 수백대씩 우크라이나에 자폭 드론이 날아드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800㎞ 떨어진 타타르스탄의 알라부가 경제특구에 축구장 14개 규모의 드론 제조시설이 구축됐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 측에서 유출된 문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시설에서 이란제 샤헤드-136 자폭 드론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 사이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에는 공장 청사진과 설계도, 인사기록, 이란 측에 보낸 제안서, 러시아 국방부를 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 등이 포함됐다.
이 시설은 작년 11월 이란과 러시아가 체결한 계약에 따라 2025년 9월까지 이란제 자폭 드론 6천 대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2023년에는 이란이 공급한 부품을 사용해 1천932대를 제조하고, 2024년부터는 러시아에서 자체 생산한 부품으로 매달 226대씩 총 4천68대의 드론을 만들기로 했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속 전문가들은 문건을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이곳에서 생산된 자폭 드론이 300대를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러시아 국방부의 관료주의와 이란의 일부 기술문건 미제공 탓에 생산 목표치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봤으나, 이 시설의 드론 생산능력 자체는 원설계국인 이란을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WP가 입수한 문건에는 러시아 기술자들이 대량생산과 품질 관리를 위해 샤헤드-136 생산에 사용된 이란의 낙후한 제조기술을 개선하려 시도하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러시아 기술자들은 다수의 드론이 떼지어 이동하며 자율적으로 목표물을 공격하는 '스웜(swarm) 전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샤헤드-136을 개조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며, 방수기능을 추가하고 신뢰도가 부족한 중국산 부품을 대체하는 등 조처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젝트 보트'(Project Boat)'란 암호명이 붙은 이 계획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 기술자들은 드론은 '보트'(boat)로, 폭발물은 '범퍼'(bumper)로 지칭했다. 문건 상에서 이란은 '아일랜드' 혹은 '벨라루스'로 적혔다.
러시아가 이란제 자폭 드론 생산을 본격화하면 우크라이나에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ISIS 소장은 "러시아가 주기적으로 수십 대의 수입산 샤헤드-136을 날려 우크라이나내 목표물을 노리는 데서 더 나아가 (내년부터는) 한 번에 수백 대씩 더 자주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은 16일 트위터에 게재한 일일 정보 업데이트에서 "러시아가 이란제 샤헤드의 설계에 바탕을 둔 무인기(OWA-UAV)를 자국 내에 배치하기 시작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면서 러시아가 수개월 안에 OWA-UAV를 자급한다는 목표를 세웠을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러시아는 드론 조종사 양성에도 힘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크라프초프 러시아 교육장관은 1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러시아 내 직업학교와 여타 교육기관에 '최대이륙중량 30㎏ 이하 무인기 체계' 조종법 교육과정이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언제부터 이런 교육이 시작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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