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중국 경제가 부동산발 위기를 겪는 가운데 중화권 증시에 손을 뻗었던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가운데 향후 6개월간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4조67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ELS는 기초자산인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가격 흐름과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으로, 대개 만기는 3년이며 6개월마다 최초 기준가격 대비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여부를 결정한다.
향후 6개월 내 만기가 돌아오는 ELS는 대부분 2020년 8월∼2021년 2월 설정된 것들이다. 당시와 비교해 최근 홍콩H지수가 급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 손실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 18일 기준 홍콩H지수는 6,146.99로 3년 전(10,425.42) 대비 41.04% 급락했다. 12,000선을 웃돌았던 2021년 초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홍콩H지수가 약세를 지속하자 최근 해당 지수를 기초로 한 ELS의 조기상환이 연달아 지연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8일 'TRUE ELS 제13748회'에 대해 홍콩H지수 등 기초자산이 조건에 미달해 5차 조기상환이 연기됐다고 안내했다.
2021년 2월 발행된 이 상품의 홍콩H지수 최초 기준가격은 11,909.63, 5차 조기상환 조건은 최초 가격의 80%인 9,527.7040으로 설정됐다.
그러나 평가일인 지난 18일 해당 지수가 기준가의 52% 수준에 그쳐 조기상환에 실패했다.
이 외에도 키움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 역시 최근 홍콩H지수와 연계된 ELS 상품들의 조기상환이 지연됐다고 잇달아 공지했다.
아울러 기초자산 가격이 특정 수준(기준가의 40% 등) 아래로 한 번이라도 내려가면 만기 때 원금의 최대 100%까지 손실이 발생하는 '녹인'(knock-in·손실 발생 구간) 조건을 설정한 ELS가 많아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ELS는 2021년 1∼2월에 발행한 물량으로, 당시 발행 기준가가 매우 높아 최근 조기상환에 계속 실패하고 있다"며 "이들의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초에는 대거 원금 손실이 발행하면서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펀드 시장에서도 중국 지역에 투자한 상품들이 역풍을 맞고 있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국내에서 운용 중인 설정액 10억원 이상 펀드 가운데 중국·홍콩 펀드 설정액은 1개월간 4천448억원 줄었다.
이는 북미 펀드 감소액(732억원)의 6배 이상 수준으로, 손실 위험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중국·홍콩 펀드는 평균 2.68% 수준의 손실률을 기록해 베트남(6.23%), 인도(5.46%), 러시아(5.27%), 북미(1.03%) 등이 수익을 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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