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협 '맞서겠다' 표시…국민당 총통 후보, 中과 화해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3일 열리는 '진먼다오 포격전' 65주년 행사에 군사령관 자격으로 방문한다고 대만 중국시보가 22일 보도했다.
대만군이 주관하는 이 행사에 친중 성향 국민당의 허우유이 총통 후보와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창업자도 참석을 희망했으나, 초대받지 못했다.
진먼다오는 중국 푸젠성 샤먼과 불과 6㎞ 떨어진 대만의 최전방 군사기지가 있는 곳으로, 1958년 8월 23일부터 10월 5일까지 44일간 중국과 대만 간에 대규모 포격전이 벌어졌으며, 이를 계기로 대만군은 전사자를 기리는 행사를 해왔다.
당시 마오쩌둥 중국 주석이 인민해방군에 명령해 진먼다오에 47만여발의 포탄을 쏘고, 점령을 시도했으나 대만군의 완강한 저항으로 실패했다.
2016년 총통 선거를 통해 집권한 차이 총통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포격전 기념행사에 가지 않다가 2019년과 2020년에 참석했다. 이번에 참석하면 3번째가 된다.
특히 차이 총통의 이번 진먼다오행(行)은 중국이 라이칭더 부총통의 미국 방문을 빌미 삼아 19일 대만 주변에서 군용기 45대와 군함 9척을 동원한 무력시위를 한 데 이어 20일부터 한반도 부근 보하이해협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가운데 계획돼 주목된다.
외교가에선 차이 총통이 중국의 군사·안보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목적으로 진먼다오 포격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진먼다오는 양안(중국과 대만) 분단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차이 총통 이전의 마잉주 총통 집권 시기에 양안 관계가 호전됐을 때는 평화의 상징으로 통하기도 했다.
샤먼시 예펑자이(椰風寨) 해변과 진먼다오 솽커우(雙口) 해변을 오가는 수영대회는 2009년 8월 15일 열린 것을 계기로 차이 총통 집권기에도 이어졌다.
지난 7월 15일에도 대만 측 40개 팀과 중국 측 60개 팀이 참석한 가운데 예펑자이를 출발해 솽커우까지 헤엄쳐 건너는 수영대회가 개최됐다.
이처럼 진먼다오 포격전은 분단과 평화라는 '양면성'을 띤다는 점에서, 허우 후보는 기념행사 참석을 통해 중국과의 화해로 양안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대만 내에 반중 분위기 희석을 시도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지난 4월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 때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회동한 걸 빌미 삼아 중국군이 사실상 대만 침공을 염두에 둔 군사훈련을 한 데 대해 대만 내에선 반중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허우 후보는 지지율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편 진먼다오 포격전 관련 모임인 '중화민국 823전역전우총회'의 야오둥룽 회장은 "정치인들이 인기를 얻기 위해 행사에 참석하려 한다"며 허우 후보를 비롯한 정치인들의 참석에 거부감을 표시했다.
이에 따라 허우 후보는 진먼포격전 기념행사 참석이 불허되더라도 행사장 부근의 진먼 평화기념 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안 평화 메시지'를 발신한다는 계획이다.
허우 후보는 아울러 푸젠성-진먼다오 간 소삼통(小三通: 통항·교역·우편 왕래)보다 한 단계 높은 신삼통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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