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벌 분쟁 4개월 수단에 대규모 암시장…약탈 물건 유통 의심

입력 2023-08-22 16:54  

군벌 분쟁 4개월 수단에 대규모 암시장…약탈 물건 유통 의심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군벌 간 무력분쟁이 4개월 넘게 이어지는 북아프리카 수단에 약탈당한 물건들이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암시장이 생겨났다고 AFP 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단 수도 하르툼과 동남부 알자리라주(州) 주도 와드 마다니를 잇는 중심 도로변에 들어선 이 암시장에서는 식품부터 전자제품까지 모든 종류의 생활필수품을 다른 시장보다 싼 가격에 구할 수 있다.
한 상인은 일반 시장에서 약 23만 수단 파운드(약 380달러)에 판매하는 텔레비전을 단돈 5만 수단 파운드(약 83달러)에 팔고 있다.
또 일반 대리점에서 45만 수단 파운드에 판매하는 냉장고를 15만 수단 파운드에 판매하는 다른 상인은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자랑을 늘어놓기도 한다.
문제는 이 암시장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이 대부분 분쟁 와중에 약탈당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점이다.
한 여성 판매원은 시장에서 판매되는 물건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묻자 거리낌 없이 "다갈로"라고 답하더니 "물건을 사러 온 거냐 아니면 이야기하러 왔나"고 되물었다.
다갈로는 수단 정부군에 맞서 반란을 일으킨 신속지원군(RSF)의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을 지칭한다.
다갈로 사령관이 이끄는 RSF는 지난 4월 분쟁이 시작된 이후 민가를 작전용으로 사용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RSF 대원들이 민가와 병원, 산업시설 등에서 약탈과 성폭행 등 범죄를 저지른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았다.
암시장이 RSF와 직접 연관이 없는데도 '다갈로 시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실제로 암시장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은 주민들과 상인들, 구호단체 직원들이 약탈당했다고 주장하는 물건들과 대체로 일치한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반면, 암시장이 열린 곳은 수도 하르툼에서 탈출한 주민들이 대거 정착한 정부군 통제 지역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수단 정부군과 다갈로 사령관의 신속지원군은 지난 4월 15일 무력 분쟁에 돌입했다.
양대 군벌은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지만, 민정이양 이후 조직 통합과 통합 조직의 지휘권을 두고 권력 투쟁을 벌이면서 아프리카에서 3번째로 큰 나라인 수단을 유혈 사태로 몰고 갔다.
넉 달 넘게 이어진 분쟁으로 지금까지 최소 5천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이며, 400만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특히 군벌 간의 싸움이 종족 간 분쟁으로 비화한 서부 다르푸르에서는 아랍계 민병대와 결탁한 RSF가 비아랍계를 학살하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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