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비용 고려하지 않고 낮게 가격책정"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세계 각국이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데 투여한 보조금이 작년 한 해 7조 달러(약 9천300조원)에 달한다는 추정치가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사이먼 블랙 연구원 등은 24일(현지시간) 공개한 '화석연료 보조금 데이터' 워킹 페이퍼에서 지난해 전 세계 170개국에서 지급된 화석연료 보조금 규모를 이처럼 추산했다.
이는 2022년 기준 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의 7.1%에 해당하는 규모다.
보조금의 대부분(82%)은 명시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내재적 보조금 형태로 지급된 것으로 보고서는 파악했다.
화석연료 사용은 기후변화, 대기오염, 질병 등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므로 경제이론 관점에서 보면 이런 외부효과를 고려해 화석연료 가격을 높게 책정해야만 시장에서 효율적인 균형가격과 공급량이 결정된다.
그러나 대부분 나라에서 화석연료 소매가격은 대체로 이런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낮게 책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화석연료에 비과세 혜택을 줘 사실상의 보조금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구진은 사회적 비용을 고려했을 때의 높은 가격과 실제 소매가격 간 차액을 보조금으로 간주해 내재적 보조금 총규모를 도출했다.
한편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각 나라들이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명시적 보조금도 크게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화석연료에 대한 명시적인 보조금은 지난해 1조3천억 달러(1천735조원)로, IMF가 화석연료 보조금을 처음 추산한 2020년(5천억 달러·약 668조원) 대비 2년 새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연료 형태별로 보면 석유류가 보조금의 50%를 차지했고, 석탄이 30%, 천연가스가 20%를 각각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인도 순으로 보조금 규모가 컸다. 특히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세계 전체 보조금 지급액의 절반을 차지했다.
보고서는 "화석연료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것은 각국 정부가 귀중한 세수를 포기하고 동시에 소득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목표를 약화하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화석연료 가격을 싸게 하는 혜택의 대부분은 부유층에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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