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랄드 다르마냉, 휴일에 정치 집회 개최…사실상 대권 도전 선언
야당서 "포스트 마크롱 시대 시작" 비판…여권에서도 "후계자 거론 시기상조"
![](https://img.wowtv.co.kr/YH/2023-08-28/AKR20230828143900081_01_i.jpg)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치른 프랑스에서 벌써 '포스트 마크롱'을 노린 후보자들 간 경쟁에 시동이 걸리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이날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이 당선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자신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뒤를 잇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자신이 시장을 지낸 프랑스 북부 도시 투르쿠앵에 의원과 내각 동료 등 약 700명을 초대한 정치 집회 자리에서다.
공식 출마 선언을 한 것은 아니지만, 미리 의사를 드러냄으로써 4년가량 남은 차기 대선 경쟁 구도에서 선점 효과를 노리겠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다르마냉 장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많은 일을 해낸 공화국 대통령의 성과를 옹호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아직 임기는 4년이 남았고, 해야 할 일들도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또 한 가지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 위해 여기에 모였다"면서 "우리는 마린 르펜의 집권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 의원은 2017년과 지난해 대선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패했다. 그러나 프랑스 내 이민, 안보, 생활비 등의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운 르펜 의원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추세다.
다르마냉 장관은 극우 세력의 집권을 막고 정권 재창출을 하기 위해선 "대중 계층"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은 안보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민에 대한 더 나은 통제와 세속주의의 재확인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에 대해 더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 계급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옳든 그르든, 우리나라의 노동계급은 자신들이 제대로 배려받고 대표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며 "해결책은 기술적 해답만이 아니다. 정치인은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르마냉 장관은 알제리 출신 환경미화원의 아들이다.
![](http://img.yna.co.kr/etc/inner/KR/2023/08/28/AKR20230828143900081_02_i.jpg)
다르마냉 장관의 이날 발언을 두고 야당 내에선 비판이 제기됐다.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투르쿠앵에서 포스트 마크롱 시대가 시작됐다"고 비꼬았고, 우파 공화당(LR)의 에리크 시오티 대표는 "승계를 생각하기 전에 통치를 생각하라"며 '품위'를 요구했다.
여권 내에서도 다르마냉 장관의 이 같은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엘리제궁의 요청에 따라 다르마냉 장관의 행사에 막판 참석하기로 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지난 23일 "2027년은 아직 멀었다"며 지금은 차기 대권을 논할 시기가 아니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 고문 출신인 스테판 세주르네 유럽의회 의원도 지난주 일간 르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다르마냉 장관에 관한 질문에 "아이디어가 자아보다 우선해야 한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후계자 후보를 뽑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아직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있다.
다르마냉 장관 외에 마크롱 정부의 초대 총리를 지낸 에두아르 필리프 르아브르 시장,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