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혁신위원회서 공급 문제 논의…국토부 "거시·금융당국과도 협의"
元 "'시장에서 소화' 미분양 관련 정책기조 변화없어"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정부는 29일 주택 공급 위축에 대해 '초기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충분히 압도적으로 움직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주택도시금융공사(HUG) 서울서부지사에서 주택공급혁신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금리 상황과 비용 상승, 분양 수요 위축 문제가 쌓이면서 전체적으로 공급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초기 비상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전반적인 공급 경색으로 가지 않도록 금융·공급 부분을 들여다보고, 금융당국, 거시당국과 본격적으로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공급혁신위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250만호 주택 공급'의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으로, 9개월 만에 소집됐다. 정부는 주택공급혁신위와 논의를 거쳐 공약보다 20만호를 늘린 '5년간 270만호' 공급 계획을 내놓았고, 올해 목표량은 47만호다.
정부는 현재의 주택 공급 상황이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장관은 "사태가 2기, 3기까지 진행된 게 아니라 공급 위축은 (주택정책 우선순위에서) 조금 더 뒤에 있다고 봤는데, 현안으로 다뤄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공급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현재 목표 달성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일부 전문가를 비롯해 일각에선 '획기적 대응책이 없다면 공급 위축이 2∼3년 뒤, 장기적으로는 10년 뒤까지 영향을 미치며 주택시장에 큰 우환이 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한 위원은 "미분양이 6만호 쌓였는데, 한쪽에선 청약 경쟁률 300대 1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시장은 총량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 국지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정부의 적절한 메시지와 정책으로 시장의 불안 심리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원 장관은 "충분한 대책을 미리 세워야 대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책당국이) 지금보다 경각심을 더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철근 누락 사태에 직면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개혁으로 공공 분양과 3기 신도시 공급이 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정책당국이 시장이 염려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압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공급 부족 문제가 제기됐다고 해서 미분양 관련 정책 기조를 바꾸지는 않겠다는 점도 밝혔다.
원 장관은 "미분양은 시장에서 소화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충분히 분양가를 할인하고, 임대 전환 등을 통해 자구 노력을 했는데도 전체 시스템에 부담이 오는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의 책임과 불이익을 준 상태에서 공공을 위해 개입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의 주택정책이 아파트 위주라 비(非)아파트 공급이 급속히 위축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원들은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빈집 활용까지 포괄한 주택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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