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 피하려 수리 안 끝난 슈퍼요트 급하게 이동 지시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명령을 내리기 보름 전 82m짜리 슈퍼요트 '그레이스풀'을 독일에서 러시아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반부패재단' 측이 공개한 이메일을 통해 이 요트가 수리를 위해 독일 함부르크의 '블롬+보스'(Blohm+Voss) 조선소에 있다가 작년 2월 러시아 칼리닌그라드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반부패재단은 러시아 반체제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설립한 단체다.
가디언은 이 슈퍼요트가 2월 7일 함부르크 조선소에서 인양돼 나온 사실이 사진을 통해 드러난다며 러시아 반부패재단을 이끄는 탐사보도 기자 마리아 페브치크가 관련 이메일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이 요트는 당초 지난해 2월 1일까지 이 조선소에서 3천200만 달러(약 422억 원)를 들여 수리될 계획이었지만 이때까지 수리를 마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요트 수리를 맡긴 러시아의 최대 선박회사 SCF그룹은 지난해 1월 19일 블롬+보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요트 소유주가 2월 1일 배를 러시아로 옮기고 싶어 한다"며 "2월 1일 출항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또 SCF 측은 이메일에서 요트 소유주가 러시아에서 수리를 끝내기를 바란다면서 "소유주가 수리가 늦어진 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요트 수리는 1년 이상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킬러 웨일'(Killer Whale)이라고도 부르는 이 요트가 러시아로 온 지 보름 뒤인 지난해 2월 22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했다.
이후 미국 등 서방국들은 러시아의 해외 자산을 동결했고 올리가르히(oligarch·러시아 신흥재벌)들의 호화 요트 10여 척을 압류했다.
댄스장으로 개조할 수 있는 15m 길이의 실내 수영장을 갖춘 그레이스풀은 푸틴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여러 척의 슈퍼요트들 가운데 하나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큰 슈퍼요트는 7억 달러(약 9천200억원) 상당의 셰에라자데호로 이탈리아의 마리나 디 카라라항에 압류돼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보다 작은 2천200만 달러(약 290억원) 상당의 슈퍼요트 올림피아호도 소유하고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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